전문가들 "中 일대일로, 중국판 마셜 플랜 의심"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잇따라 세계경제 개방과 자유무역의 수호자가 될 것임을 천명했지만 정작 세부이행 방안은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일대일로가 중국의 이익과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중국판 마셜 플랜'이라는 혹평마저 나오는 등 부정적인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15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서 "일대일로를 추진할 때 지정학적 게임이라는 낡은 길을 따라 가지 않을 것"이라며 '윈윈'과 새로운 협력 모델에 기반해 새 세계질서를 이끌어가는 리더로서의 자리매김을 시도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중국은 세계 다른 나라와 발전 경험을 공유하기를 원한다"며 "타국의 내정에 간여하지 않고 우리의 사회 제도와 발전 모델을 수출하거나 수용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시 주석이 세계경제 개방과 자유무역 수호의지를 표명한 것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를 막을 수 없으며 보호무역이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꼴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두 번째다.
그러나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산하 중국연구소의 스티브 창 소장은 시 주석이 일대일로 관련국들을 중국의 전통에 따른 '대가족'에 비유했지만, 누가 이들을 이끌어야 할지 구체화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창 소장은 그러면서 "중국과 이웃한 국가들은 일대일로 계획에 합류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에 합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는 느끼는 반면 좀 더 멀리 떨어져 있는 국가들은 일대일로를 노다지 열차로 여겨 놓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특히 "시 주석이 관련국들이 서로 핵심 이익이 충돌할 때 어떻게 이견을 해소해야 할지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시 주석이 '글로벌 게임규칙''을 바꾸려는 야심을 밝히지 않았지만, 중앙아시아나 동남아시아 등 국가들과 핵심 이익이 충돌할 때 중국이 핵심 이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렉산더 가부에프 카네기 모스크바센터 연구원은 시 주석이 자국민에게는 외부세계의 관심을 끌 야심 찬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자신감 있고 비전 있는 지도자로 비쳐지는 것이 중요하지만 일대일로 구상이 성공하기 위한 아무런 기준도 없다는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일대일로가 경제적 목적보다는 지정학적 목적이 큰 '중국판 마셜 플랜'이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일대일로 관련국 64개국 가운데 29개국 지도자만 정상포럼에 참석했을 분 미국 등 대부분 선진국은 하위급 관리나 대표를 참석시키는 등 중국의 노력에 대한 의심을 떨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과 파키스탄 간 유대 강화를 우려하는 인도는 정상포럼에 불참했다.
중국 사회과학원 리양(李揚) 연구원은 일대일로 계획과 2차 세계 대전 후 미국의 서유럽 부흥 원조계획인 마셜 플랜 간 비교가 불가피한 점이 문제라며 중국이 원하지 않지만, 더 많은 이들이 두 계획을 비교하고 중국의 커지는 영향력을 언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컨설팅 기관인 차이나-아이(China-i)의 사메 엘-샤하트 최고경영자는 "중국이 타국을 가족과 친구로 대하겠다고 말하지만, 많은 국가가 믿지 못한다"며 "이들 국가는 중국이 (자국 자원을) 사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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