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걸려 죽는 고래 하루 5마리꼴…봄철 60%가량 집중

입력 2017-05-25 13:53  

그물 걸려 죽는 고래 하루 5마리꼴…봄철 60%가량 집중

상괭이·밍크고래 가장 큰 피해…"이동경로 파악·그물 개량 등 필요"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최근 어민들이 물고기를 잡고자 연안에 설치한 그물에 밍크고래 등 고래류가 걸려 죽는 혼획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3일 강원도 고성군 봉포항 인근 연안에서 길이 4m, 몸무게 2t에 이르는 밍크고래가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됐다.

21일에는 전남 여수시 돌산읍 연안에서 길이 4.9m 밍크고래 1마리가 정치망 그물에 걸려 죽은 것을 어민이 발견했다.




이에 앞서 14일에는 제주도 서귀포 남동쪽 40㎞ 해상에서 밍크고래 1마리가 폐그물에 걸렸다.

같은 날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부근에서도 길이 5m를 넘는 밍크고래가 혼획됐다.

이렇게 혼획된 고래들은 불법으로 포획한 흔적이 없어 마리당 3천만~5천만원에 팔렸다.

어민들은 '횡재'를 했지만 고래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이 설치한 장애물 때문에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

25일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혼획 신고된 고래는 434마리에 이른다.

참돌고래 330마리, 낫돌고래 52마리, 밍크고래 25마리, 상괭이 14마리 등이다.

월별로는 3월 152마리, 4월 111마리, 2월 74마리, 1월 73마리, 5월 24마리 순이다.

고래의 혼획 피해는 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고래연구센터의 2011~2016년 분석자료를 보면 이 기간에 혼획된 고래는 총 1만1천816마리였다. 연평균 1천969마리, 하루 5.4마리꼴이다

토종돌고래인 상괭이가 8천672마리로 가장 많고 참돌고래(2천3142마리), 밍크고래(481마리) 낫돌고래(248마리) 등 순이다.

고래연구센터가 국제포경위원회 자료, 자체 조사를 통해 추정하는 우리나라 연안의 고래 자원은 상괭이 1만4천마리, 참돌고래 1만5천650마리, 밍크고래 1천600마리, 낫돌고래 4천마리 등이다.

자원량에 비춰보면 상괭이와 밍크고래가 혼획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셈이다.




혼획 현황을 월별로 보면 5월 3천309마리, 4월 1천781마리, 3월 1천717마리 등 봄철에 전체의 57.6%가 집중됐다.

그 다음으로 혼획 피해가 많은 달은 12월 1천121마리, 3월 809마리, 11월 665마리 등이다.

이처럼 봄철에 혼획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서해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안강망 어업과 직접 관련이 있다.

안강망어업은 바닷속에 입구 직경이 10여m, 전체 길이가 90m에 이르는 큰 그물을 설치해 빠른 물살에 휩쓸려 그물 속으로 들어온 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봄철에 먹이활동이 왕성해진 고래들이 물고기를 쫓아 그물 속으로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는다.

밍크고래는 봄철에 무리를 이뤄 수온이 낮은 북쪽으로 이동하는 습성 때문에 연안에 설치된 그물에 자주 걸린다.

고래연구센터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연안에 설치된 그물이 너무 많아 고래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지뢰밭을 통과하는 것과 비슷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고래가 다니는 길목에 일부러 그물을 설치해 혼획을 위장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멸종위기에 처한 고래를 보호하려면 혼획 피해를 줄이기 위한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계절별로 고래들의 주요 서식지와 이동 경로 등을 파악해 고기잡이 그물 설치를 억제하고 혼획을 줄이는 어구를 개발, 보급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고래연구센터 관계자는 말했다.

효과가 입증된 상괭이 탈출용 그물을 어민들의 조업에 손해가 가지 않도록 더욱 개량하고 그물 위치를 표시하고자 설치한 부이 줄에 고래가 얽혀 죽는 피해를 막도록 외국처럼 필요한 때에만 부이가 떠오르도록 하는 장치를 도입하는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

lyh950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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