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 데뷔하는 류정한 "'시라노' 가장 사랑하는 작품될 것"

입력 2017-05-15 16:43  

프로듀서 데뷔하는 류정한 "'시라노' 가장 사랑하는 작품될 것"

뮤지컬 '시라노'로 첫 제작 도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20년간 배우 생활을 하면서 여러 작품을 했지만 이제 '시라노'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그동안 힘들었던 사람들이 마음을 치유하고 희망을 보면서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랍니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뮤지컬 스타 류정한이 7월 개막하는 뮤지컬 '시라노'를 통해 작품 제작에 처음 도전한다. 뮤지컬 배우가 연출가로 나서는 일은 종종 있지만, 제작자로 나서는 것은 외국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라 뮤지컬계에서는 류정한의 도전에 주목하고 있다.

류정한은 15일 오후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프로듀서로 나서는 데 대해 "배우로서 부탁을 받던 입장에서 부탁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을 해보니 정말 많은 일이 있더라고요. 많은 부탁을 하고 또 거절당하는 일들을 수도 없이 겪었어요. 제가 그동안 제작자들을 어떻게 대했나 돌아보게 됐죠. 배우 오디션에서 심사하는데 항상 선택받는 입장에서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 된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죠. 오디션에 온 배우들 반 이상이 제가 아는 배우들이었는데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하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아는 배우들이 있을 때는 점수를 매기지 않고 다른 분들에게 맡겼습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대선배가 오디션을 보러 왔을 때는 정말 곤란했어요. 그래서 다음부터는 오디션에서 심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뮤지컬 '시라노'는 19세기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가 원작이다. 크고 못생긴 코가 콤플렉스인 시라노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다. 제라르 드파르디외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국내에도 친숙하다.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대본 및 작사가 레슬리 브리커스가 만든 작품으로, 2009년 일본에서 초연됐다.

류정한은 '지킬 앤 하이드'를 시작으로 '몬테크리스토', '드라큘라', '마타하리' 등 와일드혼의 작품에 출연한 인연으로 작품 출연을 결심했고 제작까지 맡게 됐다. 공연에서는 주인공 시라노 역을 맡았다.

"프랭크에게 '시라노'라는 작품에 대해 처음 듣게 됐죠. 아주 좋은 작품이 있는데 한국에서 공연하게 되면 네가 시라노 역을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대본을 받아 읽어보니 이건 내가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런 캐릭터를 앞으로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과 흥분이 들더라고요. 언제 공연할지는 모른다는 이야기에 농담으로 라이선스를 주면 내가 제작하겠다고 했죠. 그런 말도 안되는 이유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류정한은 "가장 듣기 싫은 이야기는 '쟤 배우나 하지 프로듀서 해서 저렇게 (이상하게) 작품을 만느냐'하는 것"이라며 "모든 것을 '시라노'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원래 프로듀서 데뷔작으로 생각했던 '데블스 애드버킷'은 대본과 음악 작업이 80∼90% 정도 완성된 상태였지만 '시라노'가 진행되면서 여기서 먼저 좋은 평가를 받자는 생각에서 일단 뒤로 미뤘다.





류정한은 "괜한 짓을 했다는 생각도 한다"면서도 "20년간 했던 작품 중 그동안 '맨 오브 라만차'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었지만 이제 '시라노'가 더 사랑하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예전에는 저 자신에 대해 생각했다면 어느 순간 40대가 되면서 제 주위를 둘러보게 되고 내가 이 일을 하면서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죠. 결국은 작품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굉장한 메시지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사랑 이야기 속에 진짜 용기가 뭔지, 정의가 뭔지, 희생이 뭔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요새 여러 가지로 많이 힘들었던 사람들의 마음이 따뜻해지고 희망도 보면서 서로 위로를 할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앞으로는 어떤 행보를 하더라도 더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할 것 같아요.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기면서 하도록 노력해볼게요."

국내에서 '지붕 위의 바이올린', '파리의 연인', '살짜기 옵서예'를 연출한 아르헨티나 출신의 구스타보 자작이 연출을 맡았다. 공연은 7월7일부터 10월8일까지 서울 엘지아트센터에서 진행된다.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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