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헨리 충 추모…'감미롭게 입속을 태우는' 후난요리로 센세이션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미국인에게 1970년대 고추와 파·마늘로 양념 된 중국요리의 '매운맛'을 처음 전파한 중국인 유명 셰프 헨리 충이 98세를 일기로 타계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아시아 퓨전요리가 미국에서 트렌드로 자리잡는 가운데 이 신문은 지난달 23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숨을 거둔 충의 일생을 뒤늦게 조명하며 이례적으로 장문의 부고 기사를 실었다.
쓰촨(四川) 성과 더불어 매운 요리로 유명한 중국 후난(湖南) 성의 시골 마을 출신인 충은 중국의 공산 혁명 전 국민당 정부가 미국 휴스턴 영사관에 파견했던 외교관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공산화된 후 대만으로 귀국하지 않은 채 미국에 정착했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세탁소, 구두수선점, 햄버거 가게 등 여러 개인사업을 거치며 고단한 이민자로 살았다.
중국항공에 취직하며 안정된 삶을 누리는듯했지만 56세이던 1974년 "잘 알고 좋아하는 것을 하라"는 아내의 충고에 따라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 '후난'이라는 작은 중국요리점을 열면서 일생일대의 대변신을 한다.
요리사가 된 그는 어린 시절 고향에서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대물림된 후난 요리 레시피대로 음식을 조리하며 '고향의 맛'을 미국에 소개했다.
고추, 생강, 파, 마늘, 후추 등을 아끼지 않고 쓴 그의 요리들은 부드러운 광둥식 중국요리에 길든 미국인들의 입속에 '불'을 붙였다.
당시, 이런 양념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부드러운 대체 재료'를 써달라는 손님들이 많았다고 한다.
충의 식당은 1976년 우연히 이곳에 들른 주간지 '더 뉴요커'의 수석기자 토니 히스가 그의 '마늘소스 닭고기'를 맛보고 "세계 최고의 중국식당"이라고 극찬하는 기사를 쓰면서 유명해졌다.
히스의 도움을 받아 충은 모든 재료를 계량화해 요리책을 냈고 샌프란시스코 도처에 '헨리의 후난'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지점을 열었다.
당시 그의 요리를 맛본 NYT 음식 평론가 크레이그 클레이번은 "감미롭고도 격렬하게 입천장을 타들어 가게 한다"고 충이 조리해낸 매운맛을 칭찬했고, 이후 매운맛 마니아가 됐다.
그는 후난성 리링(醴陵)시 인근 타오화 출신이었다.
그는 자신의 요리책에 "후난성 사람들은 고기 없이는 살아도 고추 없이는 못 산다"면서 할머니와 보낸 어린 시절이 요리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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