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노숙생활하다 자활…노숙인 위한 봉사활동 '제2의 삶'
(음성=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충북 음성 꽃동네 설립 모태가 된 '거지성자' 고(故) 최귀동 옹을 기리는 봉사상 수상자에 노숙인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최창복(56) 씨가 선정됐다.
충북 음성 품바축제기획실무위원회는 16일 제6회 최귀동 인류애 봉사대상 수상자로 최 씨를 선정했다.
최 씨는 서울역에서 3년 넘게 노숙생활을 하면서 자신보다도 훨씬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낀 뒤 이들을 위한 삶을 살기로 하고 51세의 나이에 다시서기센터에서 자활을 시작했다.
그는 성프란시스코 대학 인문학 과정에서 공부하면서 삶의 가치를 찾기에 결코 늦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노숙인을 위한 봉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서울역 노숙인 상담소에서 일하며 노숙인과 취객, 무의탁 홀몸노인을 돕고, 가톨릭 노숙인 복지시설인 토마스의 집에서 매일 급식봉사를 한다.
노숙인이 많이 생활하는 영등포역과 주변 공원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청소하고, 매주 목요일 새벽에는 서울 양천구 신정사거리역에서 노숙인을 위한 빨간밥차에서 배식 봉사를 한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최 씨는 열한 살이 되던 해 집을 나와 잠시 노숙생활을 하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했다.
지방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일하던 최 씨는 일거리를 찾아 상경했지만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고, 결국 다시 노숙생활을 하는 처지가 됐다.
그는 "내가 가장 비참하고 힘든 줄 알았는데 노숙생활을 하다 보니 나보다도 형편이 안 좋은 사람이 적지 않았다"며 "내가 겪은 불우한 환경과 경험을 거울삼아 어려운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오는 25일 개막하는 제18회 음성 품바축제 열림식에서 상패와 함께 상금 500만원을 받는다.
인류애 봉사상은 가장 낮은 곳에서 고귀한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꽃동네 설립 계기가 된 고 최귀동 옹을 기리기 위해 2012년 음성군이 제정했다.
일본 강점기 징용에 끌려갔다가 병든 몸으로 음성에 돌아온 최 씨는 무극천 다리 밑에서 걸인으로 지내면서 밥을 동냥해 거동 못 하는 10여 명의 걸인을 먹여 살렸다.
1976년 무극성당에 부임한 오웅진 신부는 이런 상황을 보고 사회복지시설 건립 필요성을 깨달아 국내 최대 복지시설인 음성 꽃동네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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