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더슨 섬, 쓰레기 밀도 세계 최고…"가정용품이 대부분"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원시 생태계가 잘 보전됐다는 이유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남태평양 동쪽의 외딴 무인도가 지금은 쓰레기로 덮여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와 영국의 공동 연구팀은 남미 피트케언 군도에 속하는 헨더슨 섬을 2015년에 찾아 3개월간 조사한 결과라며 이같은 내용을 국제 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산호섬인 헨더슨 섬 해변에는 모두 17.6톤, 3천800만 개의 쓰레기 조각들이 쌓여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해변 1㎡당 겉으로 드러난 쓰레기는 32%인 671개이고, 나머지 68%는 10㎝ 깊이 이내의 모래 속에 덮여있다. 매일 밀려오는 크고 작은 쓰레기만 약 1만3천 개에 이른다.
이런 쓰레기 밀도는 세계 그 어느 곳보다 높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쓰레기 대부분은 담배 라이터와 면도기, 칫솔, 플라스틱 숟가락 등 매일 쓰는 가정용품이었고, 고기잡이와 관련한 물품들은 7%에 그쳤다.
연구를 주도한 호주 태즈메이니아 대학의 제니퍼 레이버스 박사는 이들 플라스틱 쓰레기의 오염은 거북과 조류 등 해양 생물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물고기들이 플라스틱을 먹어치우게 되고, 이는 결국 생태계 먹이사슬의 가장 윗부분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플라스틱의 소비를 줄이고 또한 이를 적절하게 처리하기 위한 교육 캠페인이 중요하다며 특히 플라스틱 오염이 기후변화만큼 위험할 수 있다는 점도 인식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호주 ABC 방송이 16일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연간 플라스틱의 생산량은 1954년 170만 톤에서 2014년에는 3억1천100만 톤으로 증가했다. 60년 만에 183배 늘어난 셈이다.
면적이 37㎞인 헨더슨 섬은 근처에 해로나 어장이 없고, 5천㎞ 이내에는 육지의 산업시설이나 주요 도시도 없다. 1988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가디언 호주판은 이번 연구로 헨더슨 섬이 사람도 거주하지 않는 세계의 가장 외딴섬 중 한 곳이지만, 가장 오염된 지역 중 하나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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