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북 유엔 장애인권보고관 발표문서 '직함' 언급
국제사회의 '인권침해국' 비판 대응 목적 관측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국제사회로부터 인권 침해국이라는 비판을 받는 북한이 외무성에 인권과 인도주의 문제를 담당하는 조직과 대사 직책을 운영한다는 사실이 유엔 특별보고관 발표문을 통해 확인됐다.
이달 3∼8일 북한을 방문했던 카타리나 데반다스 아길라 유엔 장애인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 8일 평양에서 방북 결과를 설명하면서 "외무성 인권담당대사(Ambassador for Human Rights)와 외무성 인권·인도주의 과장(Division Director of Human Rights and Humanitarian Issues) 등을 포함한 평양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났다"고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언급은 유엔 홈페이지에 게재된 데반다스 아길라 보고관의 방북 결과 발표문에서 16일 확인됐다.
데반다스 아길라 보고관이 만난 외무성 '인권담당대사'는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최근 그의 방북을 결산하는 기사에서 면담자로 거론한 리흥식 외무성 대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AP통신도 지난 3일 평양발 기사에서 "데반다스 아길라 보고관이 리흥식 외무성 인권담당대사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외무성 국제기구국장을 역임한 리흥식은 북한 매체에 인권담당대사로 정식 거론된 적은 없지만, 지난 2015년께부터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 총회 등에 대사 직함을 갖고 나타나 북한인권결의안 등을 비판하는 역할을 해 왔다.
지난해 6월 조선중앙통신에도 주(駐)북한 노르웨이 대사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는 계기에 외무성 '인권담당대사'를 만났다는 표현이 등장한 바 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할 때 리흥식이 인권담당대사로 활동하며 인권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설명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에 인권과 인도주의 문제를 담당하는 조직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도 이례적이다. 영어 표기상 'Division'은 우리 정부조직에서는 과(課)에 해당한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권 공세에 대한 '대응 외교'를 체계적으로 펼치기 위해 나름대로 조직을 정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유엔 인권이사회가 임명한 특별보고관의 방북을 받아들인 것은 데반다스 아길라 보고관이 처음이다.
북한 체제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로 연결될 수 있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등의 비판에는 강력히 반발하면서, 장애인 등 특정 취약계층의 권리 개선은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분리 대응'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데반다스 아길라 보고관은 15일(현지시간) 유엔 홈페이지 글에서 "북한에서 장애인들의 권리가 실현되려면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며 장애인들의 공공 인프라 접근성을 개선하고 사회참여를 확대할 것 등을 북한에 권고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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