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 일대일로 투자는 '수익·지속가능성' 중시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200조원 가까운 지원자금을 투입하기로 하자 중국내에 "우리도 어려운 판에…"라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대해 이강(易綱)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은 관영매체를 통해 "중국의 투자는 상업적 수익과 지속 가능성을 원칙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앞서 14일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에서 일대일로 사업을 집행하는 "실크로드 기금에 1천억 위안(16조3천억원)을 새롭게 증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크로드기금은 중국이 2014년 일대일로 사업 추진을 위해 400억 달러를 출자해 설립한 기관이다.
시 주석은 또 일대일로의 인프라 건설과 산업협력을 위해 중국국가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각각 2천500억 위안(40조9천억원)과 1천300억 위안(21조2천억원)의 대출 지원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일대일로 연선국가에 대한 식량원조금 제공, 남남 협력지원기금 출연 등까지 모두 합하면 일대일로 계획을 구체화하는 사업에 투입되는 자금은 모두 180조원 가량에 이른다.
중국 인터넷에는 즉각 이런 거액의 사업에 대한 찬반 논쟁이 촉발됐다. 네티즌들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 투자라며 반발했다. 일대일로 사업 투자가 과거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배고픔을 참고 대외원조에 나서는' 구태와 비슷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네티즌들은 또 중국이 자기 경제상황을 무시한 채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폄하하거나 '돈을 태워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사는' 행태라면서 결국에는 본전도 건지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등 관영매체는 16일 이 부행장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인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려 하고 있다. 이 부행장은 네티즌의 주장을 '잡음'이라고 반박하며 해명에 나섰다.
그는 "중국의 일대일로 투자가 일방향으로 진행되는 자금 지원이나 일방만 수혜를 받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며 투자의 상업적 수익과 지속가능성을 가장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실크로드 기금에 대해서도 "중국의 자금력을 이용해 직접 일대일로 건설을 지원하겠다는 의지의 구체적 실현으로 중국의 국제 투자 모델에 대한 중요한 탐색"이라며 그 의의를 설명했다.
시 주석이 약속한 실크로드 기금의 추가 증자에 대해 이 부행장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하며 연선(沿線) 국가의 자금 수요와 대규모 프로젝트의 시행이 대기 중인 상황에서 증자가 기금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충분한 자금은 일대일로 사업에서 실크로드 기금의 지렛대 역할을 확대하며 연선국가의 자원과 국제금융기금의 자금을 더 원활하게 조율한 능력을 키움으로써 무역투자 협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부행장은 주장했다.
1분기말 현재 실크로드 기금은 일대일로 연선의 러시아, 몽골, 중앙아시아, 동남아, 서남아, 북아프리카, 유럽 등 지역에서 모두 15개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계약했고 누적 투자액은 60억 달러에 이른다.
실크로드 기금은 앞으로 20억 달러를 단독 출자해 중국-카자흐스탄 산업에너지 협력기금도 창설할 계획이라고 이 부행장은 전했다.
중국 당국의 이런 설명에도 전문가들은 일대일로 사업의 경제적 건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대일로 사업이 집중 추진되는 국가의 인프라가 크게 낙후돼 투자금 회수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일대일로 연선국가는 파키스탄과 중앙아시아 등지의 중국에 지정학적으로 중요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취약한 국가들에 집중돼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국제 금융기관의 참여를 통해 자금조달에 나서야 할 형편인데 중국의 영향력 확대만을 염두에 둔 일대일로 투자사업에 선뜻 나설 곳이 거의 없다는 게 중국의 고민이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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