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외형성장·순이익증가…경기회복 '청신호'(종합)

입력 2017-05-16 15:04   수정 2017-05-16 15:05

상장사 외형성장·순이익증가…경기회복 '청신호'(종합)

1분기실적 '마른수건짜기' 탈피…골디락스 국면

연간순익 100조 넘어 사상최대 예상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전명훈 기자 =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어났다. 외형과 이익의 동반성장이다.

기업들이 그동안 더딘 경기 회복세로 구조조정·비용절감 등 '마른수건 짜기'로 수익을 확보하던 구조조정형 흑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실적이 국내외 경제 여건이 과열되지도 침체하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황을 뜻하는 '골디락스(Goldilocks)'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또 올해 연간 순이익이 10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 매출 '제자리걸음' 탈피…경기회복세 반영

16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가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536개사(금융업 등 70개사 제외)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연결 재무제표 기준 1분기 매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8.35% 증가했다.

작년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0.24% 늘며 제자리걸음을 한 것과 대조된다.

이익도 증가해 올해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작년 1분기보다 각각 25.3%와 35.8% 늘었다.

기업이 얼마나 장사를 잘했는지 보여주는 이익지표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1분기 상장사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8.54%로 지난해 같은 기간(7.38%)보다 1.16%포인트 올랐다. 매출액 순이익률도 작년 1분기 5.64%에서 올해 7.07%로 1.43%포인트 높아졌다.

기업이 1천 원짜리 상품을 팔았다고 가정할 경우 약 85원의 영업이익을 남겼고 이 중에서 실제 손에 쥔 돈은 70원이 넘었다는 얘기다.

매출액 비중이 큰 삼성전자를 제외해도 1분기 연결 매출액이 9.3% 늘었고 영업이익(19.1%)과 순이익(32.8%)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익은 늘어나도 외형성장은 정체됐던 것과 차별화된 실적 흐름이다.

최근 수년간 상장사 실적은 환율상승이나 인건비 축소 등을 통한 비용지출 억제로 이익 개선세는 이어왔으나 매출액은 늘어나지 못해 질적 측면에서 한계를 지적받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글로벌 경기 전반의 회복 조짐이 나타나면서 정보통신(IT)·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의 수출이 호조를 보인 덕에 외형과 이익 양 측면에서 실적이 좋아졌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기업의 이익에 수출 기여도가 큰데 우려와 달리 올해 들어 수출이 워낙 좋았다. 반도체 업황 호조로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한 IT기업 실적이 좋았고 화학·정유도 양호했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중국 제조업이 회복되는 등 신흥국 대부분의 경제 상황이 좋아지면서 이와 연동된 우리 기업 실적이 올라갔다. 주요국들의 경기부양 정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국면"이라며 "전통적 비수기인 1분기에 호실적을 냈다는 점에서 올해 연간 순이익이 130조원에 가깝게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익도 중요하지만, 매출액이 증가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원자재 가격 폭락이 끝나고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디플레이션 우려를 떨쳤다는 면에서 굉장히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최근 글로벌 경기는 지나치게 한가지 요인에 집중되거나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태인 골디락스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으며 상장사 1분기 실적은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상장사 이익 증가세는 올해 2분기까지는 2015∼2016년 저점을 찍은 것과 대비한 기저효과가 크다고 보이지만 올해 연간으로 100조원 이상은 무난히 달성하며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736개사의 1분기 실적도 연결 매출액이 작년 동기보다 12.1%, 영업이익은 20.8% 증가했다. 다만 순이익은 1.25% 줄었다.

대형 수출기업 위주로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데 코스닥의 중·소기업은 이를 쫓아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77%로 0.41%포인트 올랐으나 매출액 순이익률은 3.38%로 0.46%포인트 낮아졌다.



◇ 금융업종 '훨훨'…기계·전기전자 순익 급증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증권업을 중심으로 금융업종 전반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금융업종 상장사 45곳의 1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19.7% 늘었다.

세부 업종별로는 코스피 랠리에 힘입은 증권업종의 당기순이익이 작년 1분기보다 61.0% 늘어나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금융지주(34.8%)와 은행(31.9%)의 순이익 증가세도 가팔랐다.

다른 업종들의 흐름도 전반적으로 양호했다.

매출액의 경우 개별 기준으로 의료정밀(32.5%)과 철강금속(23.0%), 화학(17.8%), 서비스업(16.1%), 전기·전자(12.6%) 등 모두 15개 업종이 증가했다. 매출액이 줄어든 업종은 운수장비(-4.5%)와 전기가스업(-2.4%) 등 2개였다.

업종별 당기순이익은 운수창고업이 흑자 전환했고 기계(1,050.6%), 비금속광물(543.1%), 전기·전자(259.0%), 유통업(135.3%) 등 모두 10개 업종의 순이익이 증가했다.

이에 비해 의약품(-46.2%), 운수장비(-40.2%) 등 6개 업종은 순이익이 감소했다.

코스닥 시장의 실적은 IT 업종보다는 비(非) IT 업종이 더 좋았다.

IT업종 389개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1%와 14.9% 늘고 순이익은 13.3% 감소했다.

이에 비해 비(非) IT 업종 618개사의 매출액은 13.8% 늘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22.8%, 6.8% 증가했다.

특히 제약업종의 매출액이 18.4%, 순이익은 84.9% 늘어 주요 업종 가운데 가장 가파른 순이익 증가세를 보였다.

김일구 센터장은 "전반적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 IT기업에 쏠림 현상은 아직 있지만, 화학이나 중화학공업 기업의 실적도 좋아지고 있어 긍정적"이라며 "다만 실적 양극화 해결과 내수 부양 등에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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