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복심도 호위무사도 모두 떠났다. 욕심을 비운 자발적 퇴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잇따라 2선 퇴진을 선언하고 나섰다. 절대로 쉽지 않은 일이다. 논공행상의 서열상 맨 앞자리에 있어야 할 이들의 백의종군은 그래서 더 신선하고 의미 있어 보인다. 이런 희생과 결단이 우리 정치의 소중한 자산으로 남아 전통으로 계승됐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본다.
정치권에서 `3철'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이호철·전해철·양정철'의 이름 끝자리를 따온 것이다. 이들은 오랜 기간 문 대통령을 보좌해 왔다. 부침과 격변도 함께 했을 터다. 그러나 정작 문 대통령 당선 뒤엔 전해철 의원만 국내에 남고 뿔뿔이 흩어졌다.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외국행으로 진로를 잡았다. 문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렸던 최재성 전 의원도 '문재인 정부' 불참을 선언했다. 이들이 남긴 퇴임의 변은 한결같이 "소임을 다했다"는 것이다.
양정철 전 비서관은 16일 지인들에게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 내용은 "그분과의 눈물 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고 저는 이제 퇴장한다"면서 "머나먼 항해는 끝났다. 비워야 채워지고 곁을 내줘야 새 사람이 오는 세상 이치에 순응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멀리서 그분을 응원하는 여러 시민 중 한 사람으로 그저 조용히 지낼 것"이라며 "잊힐 권리를 허락해달라"고도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한다. 문 대통령이 사석에서 '양비'(양 비서관)라고 편하게 부르며 유일하게 말을 낮춰 할 정도였다. 문 대통령은 전날 만찬 자리에서 그의 퇴진 의사를 거듭 확인하고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앞서 문 대통령 취임 첫날에는 이 전 수석이 출국했다. 그는 떠나면서 "존경하는 노변(노무현 전 대통령), 문변(문재인 대통령) 두 분이 대통령이 됐다. 살아오면서 이만한 명예가 어디 있겠느냐"면서 "마침내 자유를 얻었다. 자유를 위해 먼 길을 떠난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친문 3인방' 중 한 명으로, 대선 기간 선대위 종합상황본부 1실장을 맡았던 최 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권력을 운용할 때 적합한 사람이 있고, 권력을 만들 때 적합한 사람이 있다"면서 "저는 후자에 맞다"고 했다.
당초 이들에 대해선 핵심 요직이 당연시됐다. 청와대 인선 명단에서 빠진 것을 놓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들의 용단에 따라 비게 된 자리는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타 계파 인사들이나 전문 관료들로 채워지고 있다. 일부는 협치 정신에 따라 야당에 할애될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으로선 오랜 기간 익숙해져 있는 측근들과 이별에 아쉬움이 적잖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 모두의 대통령을 내걸고 대통합·대탕평 행보를 재촉하고 있는 만큼 '측근 공백'을 '탕평 인재'로 채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선 정권들에서 어두운 상하관계와 권력 전횡 등이 숱한 폐단과 후유증을 낫고, 결국 정권 실패로 귀결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 대통령 측근들의 2선 퇴진이 신선한 충격으로 와 닿는 것은 극명한 대조 효과 때문일 것이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아지는 것도 비슷한 이유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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