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조찬·명품교양용 인문학은 가라"…법학자의 인문학論

입력 2017-05-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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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조찬·명품교양용 인문학은 가라"…법학자의 인문학論

신간 '인문학의 거짓말'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서점가에선 '인문학 열풍'이 거세다. 날마다 인문학의 띠를 두른 신간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십수 년째 '인문학의 위기'가 거론된다. 대학마다 인문학을 가르치는 학과는 축소되고 취업이 어려운 인문계열에 대한 학생들의 기피현상은 여전하다.

인문학을 둘러싼 이런 모순적인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신간 '인문학의 거짓말'(인물과사상사 펴냄)은 대중적인 유행 속에서 빈곤해져 가는 우리나라 인문학의 풍토를 우려하며 가감 없이 비판한다.

책은 최근 인문학의 성행을 상업적인 것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이는 우리나라 인문학의 빈곤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내 보인다고 지적한다.

유행을 좇는 인문학은 세상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비판 정신이 결여된 채 입시, 취업, 교양의 수단이나 소외된 현대인의 자기 만족적 위안에 머문다는 것이 비판의 근거다.

저자이자 노동법을 전공한 법학자인 박홍규 영남대 교수는 "잘못 돌아가는 세상을 비판하고 바로잡기 위한 자기표현 가치의 증대를 위해 인문이 필요한 것이지,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입시논술이나 취업준비, CEO 조찬 교양이나 유한부인의 명품교양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책은 저자가 2013~2015년 월간 '인물과사상'에 연재한 글들을 모았다.

진정한 인문학은 물질주의와 엘리트주의, 자본주의, 산업주의, 국가주의에 도전하기 위한 비판적 인문학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선 '고전'이라는 이유로 서구, 강대국, 백인, 남성 중심의 전통적인 인문학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수용해선 안 되며 비판적인 독서를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와 함께 1970년대 유신 정부가 우리나라 최초의 고전 대중화 운동을 펼칠 당시 플라톤의 '국가'를 최고의 고전으로 삼으며 박정희 대통령을 철인왕에 비유했던 것을 되새긴다.

저자는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는 민주주의자를 기르기 위해서다. 민주주의를 문학으로, 역사로, 철학으로, 예술로 말하는 인문학을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배신하는 인문학은 백해무익하다"고 말한다. 492쪽. 1만9천원.

abullap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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