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에서 10세 소녀가 양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법원이 낙태 허용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16일 일간 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인도 북부 하리아나 주 로타크에 사는 10세 소녀가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아 임신 사실을 확인했다.
이 소녀는 그동안 어머니가 일하러 나가 집을 비운 사이 양아버지에게 여러 차례 성폭행당했지만, 그의 협박에 아무 말을 못 했다고 털어놨고, 경찰은 15일 양아버지를 체포했다.
소녀를 진찰한 PGIMS 병원은 이 소녀가 현재 임신 20주가 지났다면서 법원에 낙태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청구했다.
인도 법은 임신 20주까지만 낙태를 허용하고 20주가 지나면 임신을 지속하는 것이 산모의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한 낙태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PGIMS 병원 의료 위원회는 현재 임신 상태가 소녀의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기에 법률상 병원이 독자적으로 낙태 수술을 할 수 없다면서 "낙태를 하는 것이나 출산하는 것 모두 소녀에게 위험한 일이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법원이 더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대법원은 2015년에 성폭행을 당한 14세 소녀에게 임신 20주 이후 낙태를 허용한 바 있다.
일부 인도 시민단체는 성폭행 피해 여성들에게는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도록 법률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2012년 12월 23세 여대생이 수도 뉴델리의 버스 안에서 운전사 등 7명으로부터 집단 성폭행당해 숨진 사건이 국내외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성폭행 근절이 국가적 과제로 대두했다.
인도에서는 해마다 4만 건 가까이 강간 신고가 경찰에 접수되는데, 성범죄 피해 여성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 등을 이유로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인권단체 등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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