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공공장소서 칼찬 시크교 이민자에 벌금…"서구문화 따라야"(종합)

입력 2017-05-16 22:29  

伊, 공공장소서 칼찬 시크교 이민자에 벌금…"서구문화 따라야"(종합)

우파 정당 "역사적 판결"…"신앙의 자유 침해" 논란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사법당국이 시크교의 신앙의 상징인 검을 공공장소에서 차고 다닌 인도 이민자에게 "이민자들은 서구 문화의 가치를 따라야 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이탈리아 대법원은 15일 신앙을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다중을 다치게 하거나 위협할 수 있는 단도를 허리춤에 차는 것을 고집해 기소된 인도 시크교도 이민자에게 2천 유로의 벌금형을 확정했다.

16일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이 남성은 18.5㎝ 길이의 검을 차고 길을 가다가 이탈리아 북부 만토바에서 경찰 검문에 적발됐다.






경찰은 이 남성에게 공공장소에서 칼을 차고 다니는 것이 대중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으나, 그는 시크교 남성들은 용기와 약자에 대한 보호를 의미하는 키르판이라는 단검을 항상 소지하고 다닌다며 칼을 치울 것을 거부해 법정에 섰다.

법원은 "서구 세계에서 사는 것을 택한 이민자들에게는 본국의 문화와 다를지라도 그들이 정착하려는 사회의 가치에 순응하는 것이 의무"라며 "떠나온 본국의 문화가 정착국의 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집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이어 "다인종 사회는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이 이탈리아의 문화와 사법 구조의 통합을 저해하며 원주민들과 갈등을 일으켜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이 엇갈리며 논란이 일고 있다.

극우정당 북부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판결을 환영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민자가 이탈리아 문화에)통합되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적었다.

우파 정당인 이탈리아형제당의 조르지아 멜로니 대표는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반겼고, 극우정당인 북부동맹의 로베르토 칼데롤리는 "이제 공공장소에서 부르카와 니캅도 금지할 차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 등 서구 일부 국가에서는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나 니캅 등 이슬람 여성들의 전통 복장을 전면 규제하고 있으나, 이탈리아는 일부 주에서만 부르카와 니캅 등의 착용이 금지돼 있다.

우파 정당들과는 달리 중도 좌파 성향의 집권 민주당은 이번 판결이 인종주의를 부추기며,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기준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관용을 촉구했다.

체사레 미라벨리 전 대법원장은 "판사들이 공공 안전에 대한 근거를 들어 시크교도 남성의 항소를 기각한 것은 올바른 일"이라면서도 "판결 이유로 서구 가치를 언급함으로써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약 6만∼7만명을 헤아려 유럽에서 2번째 규모로 알려진 이탈리아내 시크교도 공동체는 "단검은 무기가 아니라 종교적 상징일 뿐"이라며 법원이 오해에서 비롯된 판결을 내림으로써 신앙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한편, 유럽 내에서는 시크교가 머리에 두르는 터번을 둘러싼 논쟁도 종종 벌어지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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