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전 8이닝 비자책 1실점으로 호투…시즌 4승째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최원태(20)의 2016년 모습만 기억하는 사람은 이번 시즌 활약을 보면 괄목상대(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할 수밖에 없다.
약관의 오른손 투수 최원태는 1년 만에 모든 게 바뀌었다. 강속구를 앞세워 힘으로 던지는 것밖에 모르던 그가 변화구와 완급조절의 묘미에 눈을 떴다.
KBO리그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선수가 꾸준히 등장해 '화수분 야구'라는 평가를 받는 넥센은 최원태라는 '물건'까지 빚어내는 데 성공했다.
최원태는 1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4피안타 8탈삼진 비자책 1실점으로 팀의 2-1 승리를 이끌고 시즌 4승(4패)째를 수확했다.
이번 시즌에만 벌써 두 번째 8이닝 역투다. 지난달 27일 고척 두산 베어스전에서 8이닝 3실점으로 데뷔 첫 8이닝을 돌파한 최원태는 힘들이지 않고 다시 한 번 8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그가 던진 공 94개 중 '똑바로 오는' 직구는 단 하나도 없었다. 우타자 몸쪽으로 파고드는 투심 패스트볼이 62개로 가장 많았고, 올해 완성도를 더욱 높인 체인지업(18개)과 커브(14개)는 한화 타자의 타이밍을 교란하기에 충분했다.
최원태가 투구에 눈을 뜬 계기는 올해 첫 등판이었던 4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이다.
당시 최원태는 1회에만 이대호와 최준석에게 홈런 2개를 내주며 4실점 했다. 2회에도 1점을 내줬지만, 넥센 벤치는 그를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뒀다.
"힘으로는 안 되겠다"고 느낀 최원태는 직구 대신 투심을 던지기 시작했다. 롯데 타자들을 생각보다 쉽게 잡을 수 있었다. 비록 그날 최원태는 6이닝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더 큰 걸 얻었다.
롯데전 이후 최원태의 승승장구가 시작됐다. 무려 5경기 연속 7이닝을 채우며 '이닝 이터'로 거듭났고, 덕분에 넥센은 최원태~신재영~한현희~조상우로 이어지는 '토종 선발 4인'을 구축했다.
이날 투구는 성장한 최원태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무대였다. 그는 5회초 1사 후 김태균에게 첫 안타를 내주기 전까지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더니 7회까지 실점 없이 막았다.
최원태는 2-0으로 앞선 8회초 1사 후 양성우에게 중견수 앞 안타를 내줬다. 이때 중견수 박정음이 공을 뒤로 빠트리며 주자가 3루까지 갔다. 곧이어 하주석에게 좌익수 앞 안타를 내주며 최원태의 데뷔 첫 완봉승도 날아갔다.
1사 1루에서 한화 벤치는 '1사 후 번트'라는 의외의 작전을 들고 나왔다. 투고타저 현상이 극심한 일본야구에서나 간혹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는 곧 한화 벤치에서 최원태의 기량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1사 1루에서 연속 안타가 나올 가능성이 작으니, 차라리 2사 후에라도 득점권에 주자를 놓겠다는 노림수다.
한화는 2사 2루에서 대타 김경언을 냈지만, 최원태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2루수 땅볼로 그를 잡아내며 임무를 마쳤다.
경기 후 최원태는 "1승, 1승 할 때마다 기뻤지만, 오늘은 한 점 차 상황이라 더 짜릿했다. (교체 후) 9회 라커룸에서 TV를 보며 종료할 때까지 기도했다"며 웃었다.
이날 최원태가 8회까지 던지면서 투구 수 100개도 넘기지 않은 건 볼넷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나갈 때마다 볼넷을 주지 말자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 있게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 같다. 작년에는 강하게만 던지려 했는데, 경험하다 보니 정교함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고 최근 호투의 비결을 밝혔다.
최원태의 성적이 더욱 빛나는 건 상대 에이스 투수와 맞붙어 한 치도 밀리지 않아서다.
그는 "이겨내야 하는 과정이다. 덕분에 성장에 더 도움이 된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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