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한국문화원-국립로마미술대, '한지 세계로의 여정'展 공동 개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우리 종이 한지가 서양 미술의 본산인 이탈리아 미술가들의 손끝에서 새로운 작품으로 피어나며 세계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원장 이수명)은 로마 중심가에 있는 한국문화원 전시실에서 17일 오후(현지시간) '한지 세계로의 여정'이라는 제목의 한지 작품 전시전을 개막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이 이탈리아 미술 부문 명문 학교인 국립 로마미술대학과 손잡고 마련한 것이다.
이 학교 교수진과 재학생, 졸업생 등 이탈리아 화가 약 20명이 한지에 그리거나 한지 제작 과정을 모티브로 제작한 작품 20여 점이 내달 1일까지 전시된다.
우리 전통 종이 한지와 한지의 제작 과정이 서양 화가들의 작품 활동 소재로 쓰였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전시는 2015년 4월 로마에서 진행된 한지 뜨기 시연을 처음 접하며 한지의 매력에 눈을 뜬 라우라 살비 로마미술대학 그래픽학과 교수를 매개로 해 마련됐다.
당시 시연에서 다른 종이와는 차별화된 한지의 제작 과정과 한지 자체의 우수함에 주목한 그는 그해 9월부터 그래픽학과의 정규 과목 중 하나인 종이 수업에 한지를 소재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작년 6월에는 로마를 방문한 한지 장인 정성우 씨에게서 한지 제작과정을 직접 배운 그는 지난 1월 한국문화원의 제안으로 한지를 이용한 첫 전시회 준비에 착수했다.
그는 "우리 대학의 종이연구소에서 그동안 생소했던 한지를 이용, 여러 가지 예술적 실험을 해왔다"며 "나를 비롯해 동료 교수, 학생 모두 한지 제작 과정 속에서 새로운 예술적 영감을 얻을 수 있어서 뿌듯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살비 교수는 이번 전시에서 전통 한지에 자연 염료를 염색한 '연구실에서의 시연'이라는 작품을 출품했다.
이수명 한국문화원장은 전시 개막식에서 "동양의 물질과 서양의 정신이 만나 새로운 예술작품이 탄생한 이번 전시회는 먼 두 나라의 문화가 만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 보기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며 이런 행사가 차근 차근 축적됨으로써 한지의 세계화가 앞당겨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은 이번 전시를 다음 달 이탈리아 남부 도시 나폴리에 옮겨 선보이는 등 이탈리아 주요 도시 순회 전시와 한국에서의 전시도 추진한다.
한편, 수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어 문화재 복원에 있어서 세계적인 강국으로 꼽히는 이탈리아에서는 작년 말 마무리된 800년 전 가톨릭의 성인인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 기도문이 담긴 귀중한 유물 '카르툴라'(Chartula) 등의 복원 작업, 최근 끝난 교황 요한 23세의 지구본 복원에 한지가 사용되는 등 한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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