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이미지 입히면서 '홍길동전' 주인공과 혼선도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백성이 바꾸는 세상'이라는 메시지는 현 시국과 맞아 떨어졌지만 김상중 없이 초반의 강렬함과 무게감을 유지하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17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역적' 마지막 30회의 평균 시청률은 전국 14.4%, 수도권 15.1%로 자체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역적'은 중반부 시청률이 14%에 근접한 적도 있었지만 아모개(김상중 분)와 어린 홍길동(이로운)이 완전히 퇴장한 후부터는 휘몰아치는 전개에도 12%대에 머물렀다. 동시간대 경쟁작인 SBS TV '귓속말'이 같은 패턴의 전개와 뜬금없는 멜로로 비판을 받는 동안에도 화제성에서 밀렸다.
전날 방송에서 길동(윤균상 분)은 왕좌에서 쫓겨난 연산(김지석)을 찾아가 '능상'이라는 죄목을 알려줬다. 악랄한 기득권의 상징 참봉부인(서이숙)과 정학(박은석)은 노비로 전락했다. 길동과 그 무리는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다가도 백성의 울음소리가 커지면 다시 해결사로 나타났다.
울림있는 메시지에도 중후반부 시청률이 정체한 것은 극의 초반을 이끌었던 김상중과 이로운이 워낙 강렬했던 탓이 크다.
드라마를 연출한 김진만 PD도 "드라마 초반 주인공은 '아모개'이고, 성인이 된 길동 역시 '아모개 정신'을 따른다"고 했을 정도로 김상중의 아모개는 흡입력이 강했다. 아기장수 그 자체였던 이로운도 몰입을 높이는 데 기대 이상의 역할을 했다.
물론 성인 길동을 연기한 윤균상, 가령 역의 채수빈, 연산 역의 김지석, 장녹수 역의 이하늬도 제 몫을 다했지만 김상중과 이로운의 그림자는 생각보다 짙었다.
특히 후반부에 중심이 된 중종반정 이야기는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권 교체 등 시국과 맞물려 더 센 바람몰이도 가능했지만 무게감이 부족했다.
홍길동의 캐릭터도 다소 혼선을 빚었다.
'역적' 속 홍길동은 우리가 그동안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에서 친숙하게 접해온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이 아니라 연산군 시절 실존했던 인물이 바탕이 됐다.
실존인물 홍길동은 도적의 수장이었는데, 드라마는 여기에 '홍길동전'처럼 역사(力士)의 이미지를 덧씌워 혼란을 줬다.
그래도 임금이나 영웅이 아닌 민초가 세상을 바꾸는 주인공이라는 메시지는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줬다. 26회 엔딩신을 무명의 단역 배우에게 과감하게 준 것 등의 연출도 같은 취지에서 화제가 됐다. 백성들의 흥처럼 신명 나는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도 큰 사랑을 받았다.
'역적' 후속으로는 22일부터 이시영·김영광 주연의 '파수꾼'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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