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지지에 불만…봉변 CEO "용서 못 해" 처벌 요구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국적 항공사인 콴타스항공이 연설 중인 자사 최고경영자(CEO)의 얼굴을 크림 파이로 공격한 60대 남성에게 평생 탑승금지 조처를 내렸다.
콴타스항공은 호주 서부 퍼스에 사는 토니 오버허(67)에게 자사뿐만 아니라 자회사 및 제휴사인 젯스타, 캐세이퍼시픽, 에미레이트 항공기 탑승을 평생 금지하기로 했다고 호주 언론들이 17일 전했다.
근무 중이거나 회사를 대표해 행사에 참석한 임직원들을 공격한 사람에게는 자사 항공기 탑승을 금지하는 것이 콴타스의 통상적인 절차라고 호주 언론은 전했다.
오버허는 지난 9일 퍼스에서 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 조찬 모임에서 막 연설을 시작한 앨런 조이스(50) 콴타스항공 CEO에게 다가가 크림 파이를 얼굴에 비벼댔다.
파이는 얼굴을 뒤덮고 양복과 와이셔츠, 넥타이에도 잔뜩 묻었으며, 조이스 CEO는 일단 현장을 벗어나 파이를 씻어낸 뒤 상의를 벗은 채 돌아와 연설을 마무리했다.
전직 농민으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오버허는 조이스 CEO가 직위를 이용해 동성결혼 지지 캠페인을 하는 등 사회문제에 영향력을 끼치려는 데 불만을 품고 이런 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오버허는 뒤늦게 조이스 CEO에게 사과하고 자신의 행동에 유감을 표시했다. 파이를 활용한 자신의 행위가 상대에게 부상을 일으킬 것 같지도 않은 유연한 방법으로 생각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성애자인 조이스 CEO는 "그같은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처벌을 요구했다.
조이스 CEO는 또 동성결혼 권리를 위한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오버허는 폭력과 무단침입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며, 다음 달 초 법원에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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