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우트비' 갈등에 고등어잡이 선망어선들 발 묶여

입력 2017-05-17 14:08  

'스카우트비' 갈등에 고등어잡이 선망어선들 발 묶여

어획부진에 선주-선장 감정싸움…조정 거쳐 18일 출어 예정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고등어를 주로 잡는 대형선망어선들이 속칭 '스카우트비'를 둘러싼 갈등 때문에 고기잡이에 나서진 못한 채 발이 묶였다.

대형선망업계는 고등어 금어기와 다른 어종 휴어기가 끝난 이달 14일 조업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등선(燈船) 선장들이 승선을 거부해 17일까지 출어하지 못하고 있다.


스카우트비는 선단을 이끌고 조업을 지휘하는 어로장이 실력 있는 등선 선장을 데려오기 위해 임금과 별도로 비공식적으로 지급하는 돈이다.

선망업계에서는 어로장들이 실력 좋은 등선 선장에게 많게는 수천만원을 주고 스카우트하는 게 오랜 관행이다.

대형선망어업에서는 본선 1척, 등선 2척, 운반선 3척 등 모두 6척이 하나의 선단을 이룬다.

어군을 탐지하고 불을 밝혀 유인하는 등선 선장의 능력이 조업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획 부진으로 선주에게서 받는 돈이 줄어든 일부 어로장들이 등선 선장에게 주던 스카우트비를 선주에게 받으라고 미룬 게 사태의 발단이 됐다.

하지만 선주들은 등선 선장들의 스카우트비 지급 요구를 일괄 거부하고, 어로장이 지급하는 관행도 금지하는 한편 이미 지급한 스카우트비도 회수하도록 했다.

또 스카우트비 미지급에 반발해 승선을 거부하는 선장에 대해선 향후 5년간 모든 대형선망어선에 태우지 않는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이에 반발한 등선 선장들이 일제히 승선을 거부하고 나서 100척이 넘는 대형선망 어선이 출어하지 못하는 사태로 번졌다.

등선 선장들의 승선거부로 다른 선원들은 물론 부산공동어시장 중도매인, 어획물을 선별·운반하는 부산항운노조원들까지 피해를 보자 선주들은 17일 긴급회의를 열고 어로장이 스카우트비를 지급하는 관행을 인정하고 5년간 승선금지 제재도 철회했다.

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선주가 스카우트비를 지급하지는 않기로 했다.

등선 선장들도 이를 받아들여 승선거부를 철회하기로 해 18일에는 대다수 어선이 출어할 예정이라고 대형선망수협은 밝혔다.

대형선망수협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근본적으로는 고등어 등 어자원이 줄어든 데다 한일어업협정 결렬로 일본수역에서 조업할 수 없게 되는 등 업계 전반이 심각한 어려움에 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lyh950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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