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존재의 목적이란 없다" 138억년 우주·생명의 연대기

입력 2017-05-17 14:47  

"우주에 존재의 목적이란 없다" 138억년 우주·생명의 연대기

신간 '기원의 탐구'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우주의 나이를 하루 24시간으로 환산하면 인류가 등장한 때는 밤 11시 59분 59초다. 그리고 우주의 기원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때는 3천분의 1초 전부터다.

새벽 0시에 빅뱅(대폭발)이 일어난 후 1초 안에 입자와 질량이, 2초 후에 빛이 생겨났고, 새벽 1시에 은하가 탄생했다. 태양과 지구는 오후 4시가 돼서야 모습을 드러냈으며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한 것은 오후 6시께다.

신간 '기원의 탐구'(반니 펴냄)는 우주의 탄생부터 은하, 태양, 지구, 생명체의 등장, 4만 년 전 인지혁명을 거쳐 인류가 지구를 장악하기까지 138억2천만 년에 걸친 우주의 자연사(自然史)를 하나의 연대기로 서술한다.

저자이자 과학저술가인 짐 배것은 천체물리학에서 인류학에 이르는 최신과학이론을 망라해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이론과 대담한 가설을 두루 검토한다.

우주의 탄생은 현대 우주론을 대표하는 급팽창이론(inflation theory)과 표준모형(standard model) 이론을 통해 어느 정도 베일을 벗어가고 있다. 하지만 생명의 탄생은 아직 누구나 인정하는 표준이론 없어 미궁 속에 있다고 책은 지적한다.

최초의 생명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아도, 35억 년 전 지구 상에 출연한 단세포 생물이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냄으로써 이후 본격적인 생명체 진화의 길을 열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여겨진다.

인류의 조상이 유인원에서 갈라진 건 700만 년 전,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 출연한 건 20만 년 전이며, 지금과 같은 지능과 자의식, 추상적 사고 능력을 갖추게 된 건 4만 년 전이다.

인간은 자의식이 생긴 후 대부분의 기간을 세상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자기중심적인 환상 속에서 살아왔다. 사실 지금도 우리는 우주와 지구, 역사, 과학이 어떤 인간적인 목적을 향해 발전해왔고 발전해갈 것이란 목적론적 사고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하지만 거대한 자연사가 말해주는 것은 인간이 복잡한 우주적 물질 작용의 한낱 우연한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책은 결론 내린다.

저자는 "현대과학에 입각한 우주창조설이 모든 것을 밝히지 못했지만 적어도 우주에 관한 우리의 환상을 걷어내는 데는 성공했다. 우주의 역사를 돌아보면 호모사피엔스라는 존재에는 필연적인 구석이 전혀 없다"고 말한다.

박병철 옮김. 592쪽. 2만8천원.

abullap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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