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 회신 약속 한 달 반 지나, 시민단체 연대투쟁 물밑작업"
(횡성=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 "매일 고막이 찢어질 듯한 전투기 굉음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주민들이 공군부대로부터 무시당하는 모멸감마저 느끼고 있습니다."
비행소음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처음으로 부대 측과 간담회를 하면서 기대에 부풀었던 공군 제8전투비행단 인근 강원 횡성군 주민들이 무성의한 소통방식에 속이 끓어 오르고 있다.
횡성환경운동연합이 공군 제8전투비행단(이하 8전비) 관계자들과 전투기 소음피해대책 논의를 위한 첫 간담회를 한 것은 지난달 5일.
올해 초 열린 횡성환경운동연합 정기총회에서 갈수록 심해지는 전투기 비행소음을 견디다 못한 회원들이 전투기 소음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상정, 공군 측에 간담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 성사되게 된 것이다.
횡성환경운동연합 김효영 사무국장은 "전투기 소음이 갈수록 심해져 너무 고통스럽다는 주민 여론에 따라 처음으로 횡성환경운동연합이 공군부대에 공식 간담회를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횡성환경운동연합은 지난 3월 29일 제8전투비행단에 간담회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지난달 5일 횡성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1시간가량 간담회를 했다.
환경운동연합 측에서는 한경호 대표와 김효영 사무국장 등 5명이, 8전비 측에서는 대령과 중령 계급장을 단 장교 2명과 군무원 1명 등 3명이 참석했다.
공문 발송 후 환경운동연합의 간담회 요구 사실이 연합뉴스에 보도되자 8전비 측은 환경운동연합에 전화를 걸어 "우리가 횡성지역을 위해 지원도 많이 하고 있는데 왜 언론에 먼저 얘기했느냐"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8전비 관계자들은 간담회를 취재하러 온 방송사 기자들의 취재를 막기도 했다고 환경연합 관계자는 전했다.
이 자리서 환경운동연합 측은 비행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대책수립을 요구했으나 8전비 측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부대로 돌아가서 논의한 뒤 입장을 공문으로 보내 주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해 별 소득 없이 간담회가 끝났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공문 회신'이라는 약속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기다렸다. 그러나 공군부대는 한 달 반이 다 되도록 묵묵부답이다.
8전비 측은 간담회 후 2주가 지나도록 공문은커녕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참다못한 환경운동연합 측은 4월 중순 간담회에 참석했던 군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회신을 독촉했으나 "관계부처에 전달하겠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김 사무국장은 "그리고 나서 또다시 한 달가량이 지났지만, 공군부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군부대가 국민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농민회 등 여타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투쟁을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공군부대는 연일 훈련비행을 강행, 주민들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요즘 거의 매일 하루 적게는 1~2회, 많게는 3~4회 전투기 훈련비행을 하고 있으며 훈련비행 때는 전화 통화를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17일 오전 9시 40분께 기자와 전화 통화를 하는 중에도 전투기 소음으로 통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대해 8전비 관계자는 "당시 간담회 참석했던 담당자분들께 (환경운동연합 측의 요구사항을) 전해드렸는데,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ryu62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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