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협상 아닌 보완 가능성…'감성 조치' 등 요구 전망
日 수용 여부 불확실…갈등 장기화에 합의 사문화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문재인 새 정부의 일본 특사인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2015년 한일 12·28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제3의 길'을 언급한 가운데, 양국이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갈등 상황의 해법을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오전 일본으로 떠난 문 특사는 오는 1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면담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문 특사는 방일에 앞서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의 통화에서 파기나 재협상이라는 말을 일체 하지 않았다. 그건 이 시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위안부 협상과 관련한 해법으로 '제3의 길'을 언급했다.
이후 문 특사는 일본으로 떠나기 직전 인터뷰에서 '제3의 길' 표현에 대해 '개인적 소신'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문 특사와 아베 총리 면담을 계기로 양국 정부가 일정 수준의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문 특사가 언급한 '제3의 길'은 그의 설명처럼 12·28 합의의 재협상이나 파기가 아닌, 기존 합의는 두고서 한국 국민의 반대 정서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보완적 협상을 진행하는 방안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아베 총리의 사죄 편지 등 '감성 조치'를 포함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추가적 조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아베 총리와의 첫 전화 통화에서 "일본 지도자들께서 과거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내용과 정신을 계승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만큼 비슷한 수준의 새로운 총리 담화를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노담화(1993년)는 군위안부 제도에 일본군과 정부가 관여한 사실을 인정한 담화이고, 무라야마 담화(1995년)는 일본이 태평양 전쟁과 식민 지배를 사죄하는 뜻을 담은 담화이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1998년)은 일본의 사죄와 한국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내용을 담아 양국간 파트너십을 강조한 선언이다.
한 전직 외교관은 "위안부 합의 자체를 변경하는 것은 외교적 부담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별도의 보완적인 합의를 이루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역사 반성과 실용 협력을 분리 대응하겠다는 기조이고, 아베 총리도 한국과의 조기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하는 등 한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양국 관계 개선의 동력은 일정 수준 있다.
일본이 일관되게 재협상 불가를 공언하는 상황에 우리가 일단 재협상을 요구하면 결국 파기 여부만 선택지로 남을 가능성이 큰 만큼, 문재인 정부로서는 합의를 일방적으로 깨는 외교적 부담을 감수하기보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와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대한 양국 공조 필요성도 양국 관계 개선을 추동하는 요소의 하나이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최근 보고서에서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 진실규명과 재발 방지 약속 등과 관련해 충분하지 않다면서 사실상 재협상을 권고한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가 이날 특사 파견 상황을 고려해 부산 '평화의 소녀상'을 지자체 차원에서 보호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담은 '부산소녀상 조례' 상정을 보류하는 등 지방의회 차원에서도 한일간 새로운 합의에 대한 기대감이 표출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 집권을 위한 아베의 역사 수정주의적 성향을 고려하면 일본이 추가적 조치를 이행할지는 불확실하다.
아베 총리는 이전에도 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 편지를 쓸 생각이 "털끝만치도 없다"고 발언해 국내 반일 여론에 기름을 부은 바 있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일정 수준 '보완' 요구를 아베 정권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외교적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사실상 위안부 합의가 사문화하는 가운데 양국 국민간 감정의 골이 깊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일본이 재협상 표현 자체는 수용이 어렵겠지만, 감성 조치부터 강제성 인정까지 가운데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위안부 합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여러 안건의 하나로 논의하면 일본도 논의에 응할 여지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진 소장은 이어 "아베 총리의 추가적인 담화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지만, 총리가 행동으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께 적극적인 반성과 사죄를 표명하는 수준의 성의를 보이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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