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출신으로는 역대 5번째…새 정부 개혁 의지 반영된 듯
"재벌개혁 강조한 강철규 전 위원장 임명 때와 분위기 비슷"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새 정부의 첫 공정거래위원장으로 17일 내정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역대 5번째 교수 출신 공정거래위원장이 된다.
지금까지 교수 출신 공정거래위원장은 제12대 강철규 위원장(2003∼2006년), 제13대 권오승 위원장(2006∼2008년), 제14대 백용호 위원장(2008∼2009년), 제15대 정호열 위원장(2009∼2011년) 등 4명이었다.
이들을 제외하면 공정거래위원장은 대부분 경제 부처 출신 관료들이 맡아왔다.
일반적으로 교수 출신 위원장은 고위 관료 출신보다는 정관계에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가 있어 내부적으로 시큰둥한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공정위는 기업을 상대로 한 막강한 조사·제재 권한이 있지만, 거꾸로 이런 힘 탓에 정치·자본 권력의 외풍도 끊이지 않는 부처다.
공정위 조사관들이 외부 간섭없이 조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공정위의 정치적 독립성을 지켜줄 수 있는 강력한 위원장을 바라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문재인 캠프의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렸을 정도로 새 정부의 개혁 의지를 가장 앞장서 대변하고 있어 이전 교수 출신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김 후보자는 내정 직후 기자회견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공정위 봐주기' 논란을 언급하면서 공정위 조사의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김 후보자는 "최순실 특검 참고인으로 가보니 공정위 실무자들 정말 유능하고 열심히 일했는데 정무직급 분들이 공정위 존재 취지 등에 충실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라며 "공정위원장이 모든 정책·방침을 결정하는 자리는 아니라고 보고 공무원들이 주어진 재량권을 행사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교수 출신이면서 시민단체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고 새 정부의 개혁 의지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여정부 초기 강철규 전 위원장과 닮아있다.
참여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인 강 전 위원장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창립 멤버로 재벌문제와 부패문제에 대한 이론적 연구와 시민운동을 병행한 대표적 재벌개혁론자였다.
참여정부가 당시 역대 처음으로 관료가 아닌 시민단체에서 활동해온 교수 출신 공정거래위원장에 앉힌 것은 그가 과감한 재벌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참여정부는 출범과 함께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통해 재벌개혁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았고 강 전 위원장의 공정위가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대기업과 자주 충돌했고 정부 내부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7년여 만에 진보성향의 교수 출신 위원장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임기 내 과감한 재벌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공정위 안팎의 평가다.
20년간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만 주로 활동한 교수 출신이라는 김 후보자의 이력은 기업들이나 정관계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 오히려 개혁을 밀어붙이는데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재벌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당시 강철규 전 위원장이 부임했고 공정위에 더 큰 힘이 실렸다"라며 "지금의 상황과 매우 비슷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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