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재벌 저격수'라고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되자 재계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김 후보자가 경제개혁연대 소장 등을 역임하며 주장해온 강도 높은 재벌개혁 방안이 조만간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때문이다.
재계는 재벌의 불법 경영 승계, '황제 경영' 등을 근절하기 위한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 규제 강화 등이 추진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4대 그룹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대선캠프에 합류한 것을 보고 새 정부에서 주요 보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은 했다"며 "다만 대기업이 껄끄러워하는 공정위의 수장을 맡게 됐다는 점은 상당히 신경 쓰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3월 문재인 캠프 산하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에 참여해 부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를 설계하는데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그동안 재벌그룹의 지배구조와 총수경영 체제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특히 삼성그룹에 비판의 초점을 맞췄다.
지난 2월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 해체를 선언했을 때도 김 후보자가 이끄는 경제개혁연대는 "미래전략실 해체가 정답이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경제개혁연대는 "컨트롤타워를 숨기지 말고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삼성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월 특검에도 참고인으로 출석해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방식에 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재계는 김 후보자가 정부 조직에서 일한 경험이 없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 관계자는 "김 교수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교수 신분으로 시민운동에 주력했을 뿐 실제 정책 입안을 주도해본 적이 없다"며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위원장으로 조기에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며 의욕을 앞세울 경우 다소 급진적인 정책이 나올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가 국내 대기업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했다는 점에서 현실을 고려한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국내 대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인물이 공정위원장을 맡아 설익은 정책을 남발할 경우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김 후보자는 문재인 대선캠프가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주요 공약에 포함하려고 했을 때 이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순환출자 해소 사안은 국내 일부 대기업에만 국한되는 내용이라 전체 대기업을 아우르는 공약으로 부족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결국 기존 순환출자 해소 사안은 10대 공약에서 제외됐다.
이와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배상근 전무는 "김 후보자는 오랜 기간 공정경쟁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해온 학자인 만큼 기대가 크다"며 "이론과 현실경제를 조화롭게 접목해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되는 정책대안을 펼쳐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 전무는 "이미 우리 기업들의 주 무대가 해외시장으로 많이 옮겨간 만큼 기업들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며 "큰 그림에서 볼 때 일자리나 투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기업 현장의 목소리도 많이 들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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