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목사 "믿음의 참뜻 모르는 신앙인은 짠맛 잃은 소금"

입력 2017-05-18 07:30  

이수영 목사 "믿음의 참뜻 모르는 신앙인은 짠맛 잃은 소금"

16년간 새문안교회 담임목사…지난해 12월 은퇴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적당히 스트레스받지 않을 정도로만 바쁘게 지냅니다.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해라 여기저기서 강연과 설교 요청도 있고요."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이수영(71) 새문안교회 은퇴 목사는 근황을 묻자 "건강도 좋은 편"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해 12월 28일 은퇴식을 열고 16년간의 목회 생활을 마감한 이 목사는 "16년 동안 여러 일이 있었지만, 교회 안팎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며 "큰 어려움 없이 은퇴하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처음 새문안교회의 담임목사로 청빙을 받았을 당시를 떠올리기도 했다. "부담이라기보다는 책임감이 컸어요. 새문안교회는 한국의 '어머니 교회'라 불리기에 모든 일에 있어서 교과서적이고 모범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이어 이 목사는 "사실 청빙을 받은 것 자체가 영광이었고 기쁨이었다"면서도 "역사적 교회의 담임목사직을 수락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의 새문안교회는 1887년 언더우드 선교사가 세운 '한국 장로교의 모(母)교회'라 불린다.

서울대 철학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이 목사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4년부터 장신대 교수로 재직하다 2000년 9월 새문안교회 제6대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비록 목회 일선을 떠났지만, 이 목사는 서울여대 학교법인 정의학원 이사장직을 맡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 오는 27∼28일 새문안교회 언더우드 교육관에서 열리는 제10회 언더우드 국제심포지엄의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특별 좌담'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유학 시절 장 칼뱅(1509∼1564)의 신학을 전공한 이 목사는 종교개혁 참된 의미에 대한 생각을 풀어나갔다.

"종교개혁은 중세 말 교회의 부패상에 대한 반발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신학의 타락에 대한 반발이었다"며 "하나님의 말씀을 벗어난 교회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되돌리려는, 순수한 복음 정신을 되찾고자 하는 운동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날 한국 목회자들도 근원으로 돌아가자는 종교개혁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목사는 "특히 설교는 무엇보다도 성경 본문 말씀에 충실한 설교여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어 "설교하는 사람이 자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 말씀을 전하고 진리를 깨닫게 하는 설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중의 귀를 즐겁게 한다고 해서 훌륭한 설교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 말씀에 따라 때로는 쓴소리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교자는 하나님 말씀을 선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용감하게 가감 없이 바르게 말할 수 있어야 참된 설교입니다."

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믿음의 의미를 재발견해야 한다고 이 목사는 강조했다.

"한국교회는 믿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믿음이 생기면 삶의 의미가 달라지고 삶의 목표가 달라지고 삶의 기쁨도 달라지고 삶의 양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이를테면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삶의 목표였던 사람이 믿음을 갖게 되면 부와 명예를 헌신짝처럼 여기게 되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믿음을 통해 새로운 삶의 목표를 찾기보다는 믿음을 잘 먹고 잘살기 위한 수단쯤으로 여긴다"고 비판했다.

또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이라면 세상과 어울려 살면서도 세상 사람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그런 차별성이 없으니 짠맛을 잃은 소금과 같은 존재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이 목사는 새문안교회의 새 담임목사 청빙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새문안교회는 은퇴한 이 목사의 후임을 아직 정하지 못했으며 현재 청빙위원회를 꾸려 후임을 물색하고 있다.

이 목사는 "청빙 과정에 일절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새문안교회 담임목사는 책임감이 무거운 자리다. 때로 나라와 민족을 위한 예언자적 자리에 서야 한다"며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사회 문제도 예리하게 살필 수 있는 식견과 안목이 있는 사람이 후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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