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검찰총장 임명 전후 대폭 '물갈이 인사' 전망
감찰 종료까지 사표 수리 안 돼…수사·지휘 공백 '식물 검찰' 되나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돈 봉투 만찬 사건'의 여파로 검찰 '빅2'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국장이 동반 사의를 밝히면서 새 정부 들어 예고된 검찰의 대대적인 인적 쇄신작업이 사실상 시작됐다.
이영렬(59·사법연수원 18기)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51·20기)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돈 봉투 만찬 사건'을 질타하면서 이례적으로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감찰을 직접 지시하고 나선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전날 사의 결심을 굳힌 이 지검장은 이날 이른 새벽 출근해 서울중앙지검 주요 간부들에게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개혁을 단단히 별러온 새 정부 출범 이후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린 두 검찰 핵심 간부가 조직에 더 큰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동반 퇴진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03년 '검사와의 대화' 때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현 검찰 수뇌부를 못 믿겠다"며 강한 불신감을 표출하자, 김각영 당시 검찰총장이 즉시 퇴진한 전례도 있다.
이번 정부 들어선 출범 이틀째인 11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이 임명직후 그동안의 검찰행태에 불신을 표시하자 몇시간뒤 김수남 검찰총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다만 이 지검장과 안 국장의 사의 표명에도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돈 봉투 회식' 사건에 대한 감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들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방침이다.
두 사람은 이날부터 연가를 내는 방식으로 사실상 업무 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 지검장이 오늘부터 연가를 내고 감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출근하지 않고 감찰 조사에 응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검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 반부패 수사 최전선을 책임지는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됐지만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을 맡아 국정농단 수사를 해 박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또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 근무 이력도 있어 새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군에 거론되기도 했다.
이 지검장이 '돈 봉투 회식' 파문에 휘말려 '우병우 라인'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받은 안 국장과 함께 사의를 밝힘에 따라 향후 검찰 고위 간부 인사의 폭이 더 커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당장 검찰총장 후보군과 고검장 승진 인사 대상에 포함되는 연수원 17∼20기, 검사장 승진 인사 대상인 22∼23기 등을 중심으로 인사 폭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검찰 인사권을 행사하는 법무부 장관이 공석인 상태여서 본격적인 검찰 고위직 물갈이 인사는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마무리되고 나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임명된 이후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이런 가운데 현재 검찰은 초유의 수사·지휘 공백 사태에 빠지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 임기를 약 7개월 남겨두고 퇴진했고, 대형 부패사건과 중요 선거·공안 사건 등을 지휘하는 전국 최대 검찰청을 이끄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까지 사의를 밝혔다.
여기에 법무부에서 검찰 사무를 관장하는 총책임자인 안태근 검찰국장마저 조직을 떠나게 돼 주요 기관의 핵심 보직이 사실상 정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물론 현재 법무부는 차관이, 대검은 차장이 각각 장관·총장 대행 체제로 운영하면서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검찰의 의지와 관계 없이 당분간은 외부에서 불어오는 회오리 바람에 검찰의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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