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깎고, 임금 지원하고, 사업영역 보호하라"…中企요구 봇물(종합)

입력 2017-05-18 10:16  

"세금 깎고, 임금 지원하고, 사업영역 보호하라"…中企요구 봇물(종합)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친(親)중소기업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뒤 중소기업계에서 새 정부에 대한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공약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설립부터 중소기업 직원 임금과 세제 지원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등 중소기업에 부담되는 정책에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 "문 대통령 공약 중소벤처기업부가 산업 업무 전담해야"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하겠다고 공약했다. 정부 여러 부처가 담당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 관련 기능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일원화하고 '4차 산업혁명'까지 지휘하도록 한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산업 정책에 관한 업무는 중소벤처기업부로 다 가져와야 한다"면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산업 현장을 관리하고 산업부는 정책을 하는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또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개혁하고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며 신산업 육성 등을 통한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산업부에서 중소기업 지원 기능인 수출, 연구·개발(R&D) 업무 등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옮기는 조정이 필요하고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벤처, 창업 기능을 이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코트라(KOTRA), 생산기술연구원, 무역보험공사 등 중소기업 지원 관련 공공기관도 중소벤처기업부로 옮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도 "산업부의 산업부문과 중소기업청을 합쳐야 한다"면서 "이렇게 해야지만 정책의 중복이나 부처 칸막이를 제거하고 중소기업부가 4차 산업혁명의 융합화·협업화 추세에 맞춰 원스톱으로 정책을 만드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산업 정책을 모두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하자는 주장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 정책에는 중소기업 정책뿐 아니라 산업구조정책, 산업조직정책 등 여러 가지가 있으며 산업 자체의 문제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중소기업부에서 이를 모두 다 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 "새 정부, 중소기업·소상공인 사업영역 보호…中企 취업자에는 임금 지원해야"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문 대통령이 중소기업·소상공인 사업영역을 보호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15일 중소기업 CEO 300명을 대상으로 '제19대 대통령에 바란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의견조사'를 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

국정 핵심과제로 반드시 채택돼야 할 중소기업 관련 공약으로는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징벌적 손해배상제 강화·일감 몰아주기 근절'(24.0%)을 우선으로 꼽았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새 정부는 재벌 대기업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재벌 대기업 개혁은 골목상권을 침탈하는 대기업의 행태를 줄여가고 궁극적으로는 근절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 중소기업 취업자에게 임금을 지원하는 등 과감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3기 민주정부가 나아가야 할 중소기업 일자리 정책 방향' 세미나에서 "중소기업이 청년 채용 시 세 번째 직원에 대해 첫 3년간 임금 전액을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소기업 취업자 3명 중 1명에 대해서는 임금을 지원하자는 주장이다.

노 위원은 또 "청년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3년간 세금 납부를 면제하고 중소기업에 5년 이상 근속하면 상급과정 학비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중소기업이 직원에게 제공한 경영 성과급에 소득세 감면 등의 조세 혜택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기술개발뿐 아니라 개발된 기술의 사업화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양현봉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새 정부와 벤처기업이 함께하는 소통세미나'에서 기술 개발단계에 과도하게 집중된 정부의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렇게 주장했다.

양 위원은 '중소기업 기술사업화의 문제점과 발전과제' 주제발표에서 "정부 R&D 예산 지원에 따른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성공률은 96%로 조사됐지만, 사업화 성공률은 48%에 그쳐 사업화 추진 성과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은 개발된 기술을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자금과 전문인력 부족 등 여러 애로사항을 호소하고 있다.

양 위원은 "정부는 앞으로 중소기업 기술개발 단계뿐만 아니라 R&D 전후 단계인 기획·사업화 단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기술사업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은 정부가 구체적으로 사업화 정책자금 확충, 사업화 전문인력 양성·지원, 기술사업화 지원 전담조직 운영 등의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 근로시간 68→52시간 단축에는 반대

새 정부에 중소기업계 요구가 상당히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며 고무된 중소기업계지만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근로시간 단축에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모든 기업에 연장근로를 포함한 근로시간을 현행 최장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겠다고 공약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당 법정 근로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만 인정한다. 휴일근로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으로 토·일요일 각 8시간씩 16시간까지 허용된다. 모두 더 하면 주 7일 최장 68시간을 일할 수 있다.

이를 바꿔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되찾도록 하고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 근로시간 단축 공약의 핵심이다.

하지만 인력 부족 현상을 겪는 중소기업계는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 생존에 치명적이라면서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인난 문제를 초과 근로로 해결해 온 중소기업계로서는 노동자들이 중소기업에서 일하기를 꺼리는 현 상황에서 근로시간마저 단축되면 비용과 인력난만 더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새 정부의 전체적인 개선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일괄 적용하면 결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만 고스란히 충격을 받는다"며 "업종 등을 고려한 현실적인 단계별 도입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노사합의가 있으면 주 8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허가해서 총 60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sungjin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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