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예비치·히라노 게이치로 "새 책 들고 한국 갑니다"

입력 2017-05-18 10:54  

알렉시예비치·히라노 게이치로 "새 책 들고 한국 갑니다"

신간 '아연 소년들' '마티네의 끝에서'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9)와 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郞·42)의 새 책이 나란히 나왔다. 이들은 23∼25일 열리는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방한한다.

알렉시예비치의 '아연 소년들'(문학동네)은 1979년부터 10년간 이어진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상흔을 절규와 같은 증언으로 기록한 작가 특유의 '목소리 소설'이다. 작가는 소년병과 전사자들의 어머니를 500차례 이상 인터뷰했다. '아연 소년들'은 소년병들의 유해가 아연으로 만들어진 관에 담겨 돌아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왜, 영화에선 총탄이 머리에 박히면 양팔을 내저으며 픽 쓰러지잖아요. 하지만 실제로는 머리에 총탄이 박히면 뇌가 터져 공중으로 날아가고, 머리가 터진 사람은 그걸 잡겠다고 달려가죠. 한 500미터는 족히 달려요. 흩어진 뇌의 파편들을 붙잡기도 하고요. (…) 사람이 고통에 울부짖거나 죽음이 구원이라도 되는 양 죽여달라고 간청하는 걸 듣고 또 지켜보고 있느니 차라리 총으로 쏴버리는 게 더 쉬워요."

평범한 소년이었던 군인들은 사람을 죽이고 마을을 불태우는 끔찍한 경험을 하며 점차 죄의식을 잃어간다. 살아남은 소년들은 불구가 되거나 극심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다. 몸과 마음이 망가진 아들을 돌보는 어머니들의 일상 역시 계속되는 전쟁이다.

1989년작인 이 소설은 작가를 법정에 세운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인터뷰에 응했던 일부 참전군인과 어머니들은 작가가 사실을 날조하고 소년병들을 '냉혹한 살인로봇, 약탈자, 마약중독자, 강간범' 등으로 묘사했다며 명예훼손으로 고소장을 냈다.

책에는 재판의 경과를 기록한 일지가 실렸다. 작가는 최후진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 시대, 지금 이 순간의 역사를 쓰고 녹음합니다. 살아 있는 목소리들, 살아 있는 운명들을요. 역사가 되기 전의 목소리와 운명은 아직은 누군가의 고통이고, 누군가의 비명이고, 누군가의 희생이거나 범죄입니다." 박은정 옮김. 512쪽. 1만6천원.




히라노 게이치로의 '마티네의 끝에서'(아르테)는 2015년 3월부터 10개월간 마이니치신문에 연재한 연애소설이다. 작가는 "10대 때처럼 서로 감정만 높아지거나 상처 입거나 하는 게 아니라, 일도 있고 가정도 있는 이들의 사랑, 거기서 배어나오는 인간성을 리얼하게 그려봤으면 했다"고 썼다.

기타리스트 마키노 사토시는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마치고 대기실에서 프랑스 RFP통신 기자 고미네 요코를 만난다. 어린 시절 사토시를 기타의 세계로 끌어들인 영화 '행복한 동전'을 연출한 예르코 소릿치 감독의 딸이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요코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일하는 탓에 둘은 몇 번 만나지도 못한 채 이메일로 그리움과 불안감을 주고받는다.

크로아티아인 아버지를 둔 기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데는 이유가 있다. 작가는 현실적인 연애 이야기를 뼈대로, 중동에서 빈발하는 테러와 옛 유고슬라비아의 '민족 정화' 만행 같은 인류의 비극을 소설에 녹여낸다. 사토시의 연주 장면에서는 음악을 문학적으로 표현해내는 작가의 특기를 선보인다.

"콘서트 공연장은 음악 이전에 정적을 벽으로 둘러싸 지켜내는 장소다. 그것은 이 사회에, 아니, 자연계까지 포함하여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정적의 피난 장소다. (…) 그는 마치 칼날이 잘 벼려졌는지 확인하듯이 정적을 감지하고 최초의 한 음을 위해 그 차가운 칼날이 스윽 가슴에 스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양윤옥 옮김. 496쪽. 1만5천원.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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