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캐나다 정부가 과거 군과 연방경찰 등 정부 기관 내 성소수자(LGBT)에 대한 조직적 박해 행위를 공식 사과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원의 자유당 소속 랜디 부와소노 의원은 17일(현지시간)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연내 정부 기관의 성소수자 박해 행위에 대해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를 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CBC방송이 전했다.
캐나다 군과 연방 경찰을 비롯한 정부 기관에서는 지난 1950~1990년대 성소수자 직원들을 가려내 따로 분류, 관리하면서 해고나 승진 누락, 성정체성 조사 등 각종 박해 행위를 저질러 왔으며 그 동안 성소수자 사회에서는 이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와 명예회복 조치를 요구해 왔다.
동성애자로 트뤼도 총리의 성소수자 문제 고문직을 맡고 있는 부와소노 의원은 "정부의 사과가 종합적, 총체적인 내용이 되도록 성소수자 사회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사과에는 과거 모든 잘못과 갖가지 사연을 구체적으로 망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소수자 단체 등에 따르면 냉전 시대 군 내 동성애자들은 구 소련 등 적국으로부터 협박을 당하면서 당국으로부터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로 여겨져 왔으며 정부가 이들을 가려내기 위해 '동성애 테스트'를 실시, 강제 전역하기도 했다.
또 연방경찰은 1960년대까지 전국에 걸쳐 9천여 명의 남녀 동성애자 명단을 작성,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명단을 토대로 해당 경관에 강제 퇴출, 승진 금지 등 조직적 차별 행위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캐나다 성소수자 권리 옹호 단체인 '이글 캐나다'의 조사 보고서를 통해 공개돼 일반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또 성소수자 사회에서는 과거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기록 정정, 보상 등과 함께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글 보고서 공동 필자인 마이클 모탤라는 정부의 사과 계획을 반기면서도 트뤼도 총리가 지금까지 사과 요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현재 성소수자 단체는 정부의 사과 요구와 별도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불명예 전역한 군 출신 인사들과 전직 정부 기관 종사자들의 피해 보상을 위해 정부를 상대로 6억 캐나다달러(약 5천억원)를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는 집단 소송을 낸 상태다.
앞서 캐나다 정부는 중국계 주민을 차별하고 억제하기 위해 시행된 중국인 인두세 징수와, 원주민 사회의 정체성 말살과 백인 사회 동화를 위해 운용했던 아동 기숙학교에 대해 공식 사과한 바 있다.
또 외국에서는 독일, 영국, 호주가 과거 정부 기관 내 성소수자 박해를 공식 사과했다고 CBC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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