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대일 특사 각국서 거론…정부, 고차원 방정식 풀어야
전문가 "대외 전략의 기본 축부터 세우고 각론에 임해야"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대미 특사인 홍석현 한반도포럼이사장(전 중앙일보·JTBC 회장)과 대일 특사인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국과 일본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와 위안부 문제를 각각 거론하면서 새 정부 외교는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특히 한미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주요국과의 정상회담이 열릴 6∼7월 1차 고비를 맞이하게 됐다.
홍 특사와 문 특사는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쟁점 현안을 피해가지 않고 직접 거론함으로써 공론화했다.
홍 특사는 17일(현지시간) 허버트 맥매스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난 자리에서 "사드 배치 과정에서 국내에 절차상 논란이 있다는 얘기를 했고, 국회에서 논의될 필요성을 얘기했다"고 기자들에게 소개했다.
또 문 특사는 17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의 면담에서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에 대해 수용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으며 1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면담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문제라면 적극적·공세적·선제적으로 풀어간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특사 외교에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사드와 위안부 문제를 넘어서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우선 홍 특사가 거론한 사드 국회 논의는 행정부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국회와 공유하고, 미·중 사이에서 시간을 벌 수 있는 측면은 있지만 언젠가 정부 차원의 결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국면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면서 사드 배치에 반대 또는 신중론을 펴온 정당들의 입장에 일부 변화가 있었지만, 거기엔 어디까지나 사드 운용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해 1조 원 넘는 사드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각 정당의 입장은 다시 '백가쟁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쪽으로 의견이 수렴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사드 비용을 떠맡기려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사드 철수를 바라며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비용 부담없이 북핵 위협에 대한 억지력 확보를 바라는 국민 여론 사이에서 문 대통령은 내달 말 한미정상회담때까지 최소한 문제 해결의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북핵 프로세스가 급격히 진전됨으로써 사드 배치가 불필요한 안보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지만 단기간에 가능할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사실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둔 위안부 합의는 이르면 7월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독일 함부르크)때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일정상회담때까지 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합의를 그대로 둔 채 그것을 보완할 제3의 길을 찾든지, 한일관계의 파국을 감수하고 파기 선언 및 재협상 요구를 하든지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이다.
합의를 보완하는 길을 택하더라도 작년 10월 국회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 편지를 보낼 생각이 있느냐는 야당의원 질의에 "털끝만큼도 없다"고 했던 아베 총리를 상대로 추가적인 조치를 끌어낸다는 장담을 할 수 없기에 정부의 고민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현안들에 대한 입장 정리에 앞서 정부 외교·안보팀의 라인업이 꾸려지는 대로 문재인 외교 정책의 '총론'에 해당하는 목표와 원칙부터 확고히 세운 다음 그에 입각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세영 동서대 교수는 "사안별 대증요법으로는 안 되고, 큰 그림을 우선 제대로 그려야 한다"며 "대외 전략의 기본 축, 즉 '그랜드 디자인(grand design, 큰 구상)' 하에서 4강 외교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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