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심리치료용 애완로봇'이 미국과 일본 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고령사회에 접어드는 우리나라로서는 산업적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정보기술진흥센터(IITP)에 따르면 최민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선임연구원은 IITP가 발간하는 '주간기술동향' 최근호에 세계의 심리치료용 애완로봇 개발 동향을 소개했다.
일본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가 개발한 치료로봇 파로(Paro)는 아기 하프물범 모양의 털북숭이 로봇이다. 입원 환자나 요양시설 수용자, 간병인 등의 스트레스를 줄일 목적으로 개발됐다. 2009년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경치료용 의료기기로 승인받으며 기네스북에 등재됐고, 자폐아에게도 치료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1993년부터 약 1천500만 달러(160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돼 2005년 처음 상용화됐으며, 여러 차례 업그레이드돼 지금은 8번째 버전이 나와 있다. 길이는 52cm이고 무게는 2.7kg이며, 몸 전체가 인조 항균 섬유로 둘러싸여 있다. 촉각, 시각, 청각, 온도, 자세 등 5종류 센서를 탑재했으며, 가격은 대당 6천∼8천 달러(680만∼900만원)다.
현재 30개국 병원과 요양시설에 약 5천개가 보급돼 있으며, 약 3분의 2는 일본에, 나머지 대부분은 덴마크 등 유럽과 미국에 팔렸다.
레카(Leka)는 올해 11월 나올 예정인 공 모양의 스마트 장난감 겸 애완로봇이다. 발달장애아, 특히 자폐아에게 부족한 자율성과 감성지능의 발달을 돕는다. 대표적 기능은 숨바꼭질 놀이다. 레카가 움직여서 숨은 후에 아이가 이를 찾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제품은 미국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인디고고에서 14만 달러의 펀딩을 받았으며, 소비자용은 490달러, 개발자용은 790달러에 예약·판매됐다.
기능은 많지 않지만, 현재 구매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상용 애완로봇은 완구업체 하스브로(Hasbro)가 판매 중인 '조이포올 애완동물 시리즈'다. 100∼120 달러(11만∼14만원)에 고양이와 강아지 모양 모델이 나와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학부생들이 2013년 수업 프로젝트로 개발한 '아기수달 올리'(Ollie the Baby Otter)는 치매환자의 심리 불안과 우울증 해소를 위한 로봇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초저가 컴퓨터 키트인 '라즈베리 파이'를 활용해 제작비는 500 달러(56만원) 미만이 들었다. 다만 상용 제품은 아니다.
파비(PABI·Penguin for Autism Behavioral Intervention)는 미국 워스터 폴리텍대에서 개발된 펭귄 모양의 로봇이다. 자폐아의 행동 분석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으로, 카메라를 통해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고 눈 맞춤을 이어 가며 표정을 드러내 아이의 사회적 반응을 유도한다. 얼굴 인식과 표정 파악이 가능하다.
이 밖에도 작은 휴머노이드 로봇인 '로보타'(Robota), 프랑스 알데바란이 개발한 나오(NAO), 노란색의 치료용 로봇 키폰(Keepon), 카네기멜런대가 개발한 녹색 애완용 로봇 '팝칠라'(Popchilla), 영국에서 개발된 카스파(KASPAR), 공룡 모양의 댄스댄스플레오(Dance Dance Pleo), 미국 MIT 미디어랩이 개발한 드래곤봇(Dragonbot) 등이 있다.
최 연구원은 "고령사회에 들어서는 우리나라는 노인치매환자가 급증하고 심리치료용 애완로봇의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심리치료용 애완로봇 시장이 향후 크게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우선 병원이나 요양시설에 100만원 내외의 로봇이 납품될 것이며 가격이 더 하락하면 개인이나 가정에서 직접 사는 가전시장용 제품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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