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세간에서 '삼성 저격수'로 불린다.
대표적 진보 경제학자로 알려진 김 후보자는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문제에 천착해왔다.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연대 소장 등을 거치며 재벌 개혁을 강조하고 특히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에 쓴소리를 했다.
공격자 입장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핵심 경영진과도 교류하는 등 삼성 속사정을 잘 아는 사람으로 통한다.
삼성은 특히 지배구조 등과 관련한 이슈에 있어서 외부 발표 전 그에게 의견을 구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98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참석, 사외이사 선임 건과 그룹 계열사에 대한 출자 문제 등을 놓고 충돌하기도 했다. 당시 주총은 13시간 30분간이나 이어졌다. 국내 상장기업의 주총 사상 최장 시간이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삼성전자 주총에 참석해 CEO(최고경영자)들과 설전을 주고 받았다.
삼성그룹의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크고 작은 소송에도 앞장섰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논란이 대표적이다.
김 후보자를 주축으로 한 참여연대는 1996년 삼성그룹이 에버랜드의 CB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주식을 시세보다 낮은 금액에 발행해 이건희 회장이 아들 이재용 부회장에게 넘겨 기존 주주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최종적으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삼성SDS 사건은 1999년 회사가 230억원 상당의 BW를 발행하면서 이 부회장에게 시세보다 싼 값에 신주인수권을 배정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고, 유죄가 확정됐다.
무조건 비판만 한 것도 아니었다. 2013년 7월에는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에 초청받아 강연하기도 했다.
삼성 계열사 사장 3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그는 자신을 "방법은 다르지만 정말 삼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삼성이 열린 광장으로 나와서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 속에서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삼성이 '최순실 게이트' 등에 연루된 시점엔 다시 저격수 역할을 했다.
김 후보자는 작년 12월 국정농단 청문회에 출석, "삼성그룹 의사결정은 이사회가 아닌 미래전략실에서 이뤄진다"며 "미전실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나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관한 '큰 그림'을 설명, 이 부회장 구속에 결정적인 고리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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