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방 "우리가 하던 '단지 이미지 제공', 네이버가 따라했다"
네이버 "일반적 서비스의 하나"…O2O 업계 위기감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대형 포털 네이버의 부동산 정보 사업을 두고 부동산 O2O(온·오프라인)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가 O2O업체의 아파트 단지 정보 제공 방식을 따라하는가 하면, 사업 모델을 달리해 정부 규제를 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부동산은 올해 초부터 PC와 모바일의 '단지 둘러보기' 메뉴를 통해 아파트 단지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단지 입구, 주차장, 어린이집 등 주요 시설 사진 20장을 3∼4문장의 설명을 곁들여 제공한다.
면적과 시세 등 기본 정보만 제공하던 기존 서비스보다 한층 고객 친화적으로 변화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서비스는 1년 전 부동산 앱 직방이 먼저 선보였다는 게 부동산 O2O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직방은 작년 6월부터 300여명의 인원을 투입해 전국 100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 정보 소개 콘텐츠를 구축했다. 주차장, 어린이집 등 세부 정보를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방식이 네이버 부동산과 유사하다.
직방은 네이버 부동산이 자사의 서비스 아이디어를 베꼈다고 주장했다.
직방 관계자는 "마치 직접 방문한 것처럼 시설별로 세부적인 사진과 설명을 제공하는 방식이 매우 유사하다"며 "서비스 차별화를 위한 스타트업의 시도를 대기업이 그대로 모방하는 행태는 상도의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이미지와 함께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은 매우 일반적인 것이어서 아이디어 소유권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반박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은 일반 카페나 블로그에서 볼 수 있는 근원적 형태의 서비스"라며 "10여년 전 부동산 사업을 시작한 후 이미지 업데이트는 꾸준히 해왔으며, '단지 둘러보기'도 업데이트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직방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네이버부동산의 시장 영향력 때문이다. 네이버부동산은 PC와 함께 전용 앱을 통해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3월 코리안클릭 조사에서 네이버부동산의 이용자 점유율은 PC와 모바일을 합해 46%에 이르러, 다음부동산(25%), 직방(16%), 다방(6%)을 크게 앞섰다.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하고 있지만 네이버부동산은 사업 구조가 다르다. 부동산 앱과 달리 공인중개사로부터 매물 광고비를 직접 받지 않고, 부동산114·부동산뱅크 등 부동산 정보업체로부터 매물 정보만 넘겨받는다.
네이버는 2013년 중개 서비스를 접고 정보업체들의 매물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모바일 부동산 중개 서비스 업체에 불공정 약관 시정 조처를 내리면서 네이버부동산을 제외했다.
O2O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우회적인 방식으로 사실상 부동산 정보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힘없는 스타트업만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부동산 O2O 업체들이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에서 이용자 중심의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허위 매물 등 기존 부동산 정보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근절하지 못한 점도 경쟁력의 발목을 잡았다. 차별화 포인트였던 직거래 서비스는 법적 분쟁 위험으로 인해 최근 줄어들고 있다.
원룸과 오피스텔에 집중했던 부동산 O2O 업체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아파트 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네이버부동산과 부동산114 등 기존 정보 플랫폼이 장악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이용자 기반을 가진 포털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하지만, 현재는 비슷비슷한 서비스를 갖고 함께 경쟁하는 상황"이라며 "대형 포털의 상생 노력과 함께 O2O 업체들도 자구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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