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임명에 여론 악화…북핵 드라이브 동력 약화 가능성
타개책으로 긴장도 끌어올릴 수도…北오판 가능성도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서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해킹' 사건 및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당국 간의 내통 의혹에 대해 특검 수사를 하기로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이런 방침을 확정하고 '강골'로 알려진 로버트 뮬러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특검으로 공식 임명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탄핵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지난 1월 취임 이후 앤드루 퍼즈더 노동장관 내정자 낙마,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사퇴, '반(反)이민 행정명령' 법원 제동 등 각종 스캔들과 정책 실패로 신음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커넥션 논란에 크게 휘청이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정책 우선순위 최상위에 올려놓고 강력 드라이브를 걸어왔던 북핵·미사일 정책의 동력이 약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 폐기를 선언하고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의 길을 택한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한미일 동맹을 다지고 중국을 압박해 제재·압박 강화에 대한 협조를 끌어내는 데 주력해왔다.
특히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입장을 바탕으로 군사적 조치도 가능함을 시사하는 한편, 실제 핵추진 항모의 한반도 해상 전개를 통해 군사적으로도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중국과의 경제적 '빅딜'을 위해 북핵 문제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분석이 무색해질 정도로 트럼프 행정부가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 문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앞으로 러시아 커넥션을 향한 특검의 수사가 거세질수록 결국 북핵 드라이브가 약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치'에 급급한 상황에 몰리면 자연스레 북한 문제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등 북한·한반도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자리의 인선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온전히 믿고 맡길 만한 사람도 딱히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도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미중 정상회담 기간에 전격적인 시리아 공습을 통해 군사적 결단에 망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트럼프 정부의 지도력 약화를 틈타 강력한 도발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방향을 택하든 대북 정책 추진에 있어 한국 새 정부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정세 긴장도를 급격히 끌어올릴 경우에도 북핵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으로서는 전면에 나서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최근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북한 핵 폐기가 아닌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전제로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례적으로 '평화를 만들 의향이 있다'는 언급을 내놓으면서 미국의 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인 점도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의 북핵 정책 방향은 이미 설정된 것이기 때문에 (특검 조사에도) 큰 방향에서는 변화가 없으리라 본다"면서도 "다만 국무부나 국방부 주요 직위 임명이 지체되면서 각론 부문에서 한미간 협력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어 "현 상황은 위기일수도, 기회일수도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국내 상황 타개에 이용한다면 위기가 초래될 수도 있지만, 미국의 각론 설정이 지체될 때 우리가 명확한 입장을 갖고 미·중을 설득한다면 도리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지도자의 입지가 줄어들고 국민 여론이 급격히 악화할 경우 북한이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미동맹의 굳건함과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공조 입장을 지속 확인하면서 북한의 오판을 막는 외교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hapyr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