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현 "갈비뼈 골절 석달…일상에 감사하게 됐어요"

입력 2017-05-21 09:00   수정 2017-05-21 09:08

박소현 "갈비뼈 골절 석달…일상에 감사하게 됐어요"

라디오·교양·예능 종횡무진 24년…"1등을 추구하지 않아요"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우리가 늘 드나드는 회전문 있잖아요? 그거 평소에는 되게 느리게 느껴지잖아요? 제가 갈비뼈 골절 다음날 SBS 로비 회전문을 통과하지 못했어요. 그 속도를 맞추지 못해서요. 너무 아파서 한 발짝을 떼는 데도 한참 걸렸어요. 결국 방송사에서 회전문을 멈추고 별도 조치를 취해주셔서 겨우 건물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어요."

지난 2월13일 집 욕실에서 미끄러지면서 오른쪽 갈비뼈 2개가 골절됐다. 연예계 생활 24년 만에 처음이었고, 46년 인생에서도 처음으로 당한 큰 부상이었다.

"아프고 나니까 사람이 착해지더라고요.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렀다면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그건 피했어요. 그것도 감사하고, 여러가지로 감사하네요. 무엇보다 '평범한 일상이 이렇게 감사한 거였구나' 절절히 느꼈고, '고마운 사람들이 많구나' 새삼 깨달았습니다."

박소현을 최근 목동 SBS에서 만났다.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방송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켰던 그이기에 부상 소식이 크게 다가왔다. 두달 꼬박 깁스와 복대를 한 채 방송을 이어온 그는 "정말 죽다 살아났다"며 웃었다.




◇ "'순간포착' 19년…한번도 펑크 안냈으니 기네스북에 도전할까봐요"

1993년 드라마 '내일은 사랑'으로 데뷔한 이래 그는 지금껏 굴곡 없이 꾸준히 활동해왔다. 많은 스타가 명멸해가는 연예계에서 24년간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름값을 하는 그는 특히 라디오와 교양, 예능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진행솜씨를 뽐내는 인기 MC로 자리잡았다.

갈비뼈 골절은 MC로서 위기였다. 그는 SBS TV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이하 '순간포착'), SBS파워FM '박소현의 러브게임', MBC에브리원 '비디오 스타'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골절 다음날이 '순간포착' 녹화였는데 진통제를 엄청 맞고서 갔어요. 정말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그 프로는 지난 19년간 단 한번도 녹화를 펑크 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무조건 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저랑 임성훈 선생님이랑 19년간 한번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지켰거든요. 매니저가 시속 30~40㎞로 운전해서 SBS로 이동했는데도 도로의 작은 턱을 넘을 때도 너무 아파서 기절할 지경이었어요."

최소 두달은 안정을 취해야한다는 진단이었고, 실제로도 통증에 말이 제대로 안 나오는 상태였지만 그는 결국 '순간포착'은 이를 악물고 펑크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라디오와 '비디오스타'는 3주간 쉬어야했다.

"갈비뼈가 아픈데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순간포착'의 경우는 MC가 말하는 게 많지 않아서 겨우겨우 했는데 라디오랑 예능은 안되겠더라고요. 부상 4주째 복귀했을 때도 긴 호흡의 말은 불가능했어요. 그래서 라디오에서 2주간은 편지 사연은 호흡이 길어서 읽지 못했어요. '비디오스타'에서는 통증 때문에 웃긴 상황에서도 웃지를 못하다가 지난주에야 웃을 수 있게 됐어요.(웃음) 정말 아프면 끝이더라고요."

"내가 아홉수도 아니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했는데 '순간포착'이 19년째라 그런 거 아니냐고 누가 갖다 붙이더라"며 웃은 그는 "아파 죽겠는데도 '순간포착' 녹화하는 것을 보고 주변에서 더 오래 개근해서 기네스북에 도전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 한번 시작하면 10년…"1등보다는 사람을 보고 합니다"

1998년부터 '순간포착'을 매주 꼬박 진행했고, '박소현의 러브게임'은 2011년에 10주년을 찍고 계속 달리고 있다. '비디오스타'는 길어야 석달 하고 막을 내릴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방송 1년을 앞두고 있다.

그전에 '호기심 천국'도 4년을 진행하는 등 그가 한번 시작한 프로그램은 대부분 장수를 누렸다. 경천동지할 대박은 없었지만 가늘고 길다. 지구력이 대단하다. 이렇게 방송을 하느라 당연히 휴가 한번 길게 가보지 못했고, 과거 폐렴으로 2박3일 입원한 것 말고는 병원 신세도 안 졌다.




"제가 꾸준한 거라도 있어야죠.(웃음) 저는 프로그램을 할 때 1등을 추구하지 않아요. 주류를 좀 벗어나도 마음이 맞는 이들과 함께 하는 프로를 선택했어요. 20대 때 남들이 왜 TV를 하지 않고 라디오를 하냐고 할 때도 저는 라디오가 좋았어요. 음악이 좋고 그 정서가 맞았어요. '순간포착'도 임성훈 선생님과 프로그램의 정서가 너무 좋았어요. 그러다보니 이렇게 오래 하게 되네요. '비디오스타'는 '라디오스타'의 아류로 취급받으며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어요. 누가 보겠냐는 말도 있었고, 기대가 적었죠. 그런데 역시 결국은 사람인 거죠. 박나래, 김숙 등 출연진과 호흡이 너무 좋고 게스트들도 저희를 도와주다보니 1년을 앞두게 됐네요."




발레를 전공하다 무릎 부상으로 그만두고 연예계로 데뷔한 박소현은 "지난 24년이 내게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남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고 하지만 저는 전혀 아니에요. 너무 길었고, 너무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저한테는 이게 직업이잖아요. 많은 일을 했고, 한순간도 헛되게 보내지 않은 것 같아요. 매일매일 열심히 살았고, 그래서 보람된 것 같아요. 큰 상을 받거나 큰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여기까지,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 "남자 복은 없네요…아프니까 더 아쉽더라고요"

박소현은 자신이 인복이 많은 대신, 남자 복은 없다며 웃었다.

"나도 아기도 키워보고 싶고 결혼 생활을 통해 다른 인생도 살아보고 싶은데 남자 복은 없네요.(웃음) 이번에 아프니까 혼자 살면 안되겠더라고요. 그날 욕실에서 미끄러진 후 전 몸이 마비돼 못 일어났어요. 집에 부모님이 계셨길래 망정이지 혼자 있었으면 구조해달라는 말도 못하고 죽을 수도 있겠더라고요. 두달 넘게 아프니까 내가 연애하고 있었으면 덜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고 더 아쉬웠어요."

배우로 데뷔했지만 박소현은 많은 이들에게 MC로 기억된다. 그만큼 연기가 뜸해서다. 마지막 작품도 2년 전이다.

"연기 너무 하고 싶죠. 그런데 제 나이가 애매한 것 같아요. 한동안은 아기 엄마 역이 많이 들어왔는데 이제는 다시 노처녀 역이 간간이 오더라고요. 저는 MC도 좋지만 '순간포착' 같은 정서가 좋거든요. 그런 인생 드라마가 좋아요. 좋은 작품을 꼭 만나고 싶습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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