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패널조사…비정규직 19%는 오히려 "나는 정규직"
"노동 조건에 따른 정규직 세분화 필요"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정규직 10명 중 1명은 자신을 비정규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들의 노동 조건은 비정규직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 조건을 세분해서 보지 않고 정규직, 비정규직으로만 나눠 정책을 시행할 경우 이들이 정책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김기홍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의 '객관적 고용형태와 주관적 고용형태의 비교' 보고서를 보면 한국노동패널조사 2014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객관적으로는 정규직으로 채용된 근로자임에도 주관적으로 비정규직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10.7%에 달했다.
반대로 실제로는 비정규직임에도 정규직으로 인식하는 근로자는 18.7%로 나타났다.
한국노동패널조사는 비농촌지역에 거주하는 한국 가구, 가구원을 대표하는 5천 가구 패널을 대상으로 1년에 1번씩 경제활동, 노동시장 이동, 소득활동과 소비를 추적하는 조사다.
정규직임에도 자신을 비정규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은 이들의 근로조건이 비정규직처럼 열악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신이 비정규직이라고 생각하는 정규직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7.2시간, 월 평균 임금은 175만4천원으로 실제로 정규직이고 스스로 정규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46.5시간)보다 길고 월평균 임금(290만6천원)은 적었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비정규직으로 인식하는 정규직이 8천900원으로 스스로 정규직이라고 생각하는 정규직(1만5천원)의 60% 수준에 그쳤다.
자신이 비정규직임에도 정규직으로 생각하는 근로자들의 노동 여건은 상대적으로 더 나았다.
이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6.5시간으로 다소 짧았지만 월평균 임금은 238만3천원으로 더 많았다.
시간당 평균 임금으로 따지면 1만2천500원으로 정규직임에도 비정규직으로 인식하는 근로자들보다 높았다.
김 연구원은 "객관적으로 정규직임에도 비정규직으로 인식하는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때문에 시간당 평균 임금이 낮다"며 "비정규직임에도 정규직으로 생각하는 노동자들은 비교적 높은 임금을 받는 전일제 근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임금뿐 아니라 4대 보험 가입, 퇴직금 등에서도 자신을 비정규직으로 인식하는 정규직의 여건이 나빴다.
이들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46%로 스스로를 정규직으로 보는 정규직(94%), 비정규직임에도 정규직으로 생각하는 근로자(78%)에 미치지 못했다.
비정규직으로 인식하는 정규직들의 건강보험 가입률은 50%, 실업 보험은 47%, 산재보험은 49%로 절반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반면 자신을 정규직으로 생각하는 정규직·비정규직에서 그 비율은 80∼90%대에 이르렀다.
연령별로 보면 비정규직으로 인식하는 정규직은 60대 이상이 9.5%로 가장 높았다.
여성(7.7%)이 남성(6.3%)보다, 학력별로는 고졸(10.2%)과 고졸 미만(9.8%)에서 그 비중이 컸다.
김 연구원은 "저임금, 사회적 안전망에서의 소외, 해고비용 부재가 고용형태에 대한 객관·주관적 불일치가 나타난 주된 원인"이라며 "노동 조건의 개선이 전반적인 일자리 질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 고령자, 저학력자 집단에 대한 취업 지원이 필요하다"며 "노동 조건을 반영해 정규직을 세분화하는 등 정밀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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