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이 꺼내든 '與野政 국정협의체'…'협치' 새 모델 될까

입력 2017-05-1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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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이 꺼내든 '與野政 국정협의체'…'협치' 새 모델 될까

정부 일방주도 아닌 국회 '협력파트너'로…국정운영 새 패러다임

'대통령과 협의창구' 야당대표도 호응…합의 손쉬운 공통공약부터 협의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黨) 원내대표의 19일 청와대 오찬회동에서 가장 주목할 성과물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다.

과거처럼 정권을 잡은 쪽이 행정권력을 동원해 일방적으로 국정을 끌고 나가는 게 아니라 입법부인 국회를 국정협력의 파트너로 삼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을 반영한 '협치'(協治)의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대선과정에서 정치적 반대입장을 취해왔던 야권도 문 대통령의 이번 제안에 호응하는 분위기여서 국정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여야 원내대표들에게 협의체 구상을 먼저 제안했고, 이에 원내대표들은 즉각 동의의 뜻을 표하면서 곧바로 실무협의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는 그만큼 새 정부와 여야 각 당 사이에 협치 또는 국정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강한 컨센서스가 형성돼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정권 출범 초기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대선과정에서 제시한 공약을 실현해내기 위해서는 야권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 여소야대 구도하에서 거야(巨野)를 '협력의 동반자'로 삼지 않고서는 국민이 기대하는 '개혁'과 '통합' 약속을 실행에 옮기기가 힘들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당장 협치가 필요하지 않느냐"며 "5당 체제라는 현실을 타개하는 화두로 협치의 국정협의체를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제안에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급한 민생현안과 개혁과제들을 놓고 새 정부와의 협치를 '외면'하는 것은 대선으로 드러난 민의의 흐름과 배치된다는 상황인식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5당 원내대표들이 대통령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건의하려다가 대통령이 먼저 협의체를 제안하니 모두 만족해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단 첫 단추로서 각 당의 공통 대선공약부터 협의해나간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서로 합의가 쉬운 부분부터 머리를 맞댐으로써 협력과 상호 신뢰의 토대를 구축하려는 뜻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각 당 원내대표들도 이에 동의하면서 국회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협의 과제들을 논의하기로 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아동수당, 출산·육아 관련 유급휴가, 기초노인연금 인상 등의 공통공약이 우선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고 검찰·국가정보원 개혁 등도 우선적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출범할 '사실상의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5당의 공통 대선공약을 확인하고 이를 구체적인 정책어젠다로 추려내는 작업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협의체가 어떤 식으로 꾸려질지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정부와 국회, 청와대가 고르게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회의를 주재하는 형태로 가면서 정부에서는 경제·사회부총리, 국회에서는 여야 각 당의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청와대에서는 정책실장이 각각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협치의 문'을 연 것은 협의체라는 '형식'보다도 국회와의 소통 의지라는 '내용' 면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회동에서 문 대통령은 야당 원내대표들이 내놓은 건의사항들을 최대한 '경청'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통령의 행정권 발동인 '업무지시' 형태를 가급적 최소화하고 시스템에 의한 개혁을 추진하자는 이야기가 나오자 문 대통령은 "국회와 협의해야 할 부분은 충분히 협의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가장 민감한 것으로 여겨지는 외교안보 정보를 야당에 설명하고 공유하면서 초당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요국에 파견된 특사들의 활동결과를 국회에 소상히 설명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의 핵심공약인 개헌을 예정대로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에 부치는 형태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하면서 국회의 논의 프로세스를 존중하겠다는 입장도 확인했다. 시급한 일자리 추경안의 경우도 세부내용을 국회에 상세히 설명한 뒤 협조를 부탁하기로 했으며,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도 국회 차원에서 적극 논의할 것을 주문했다.

물론 문 대통령이 제시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가 순항할지 여부는 정국상황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정권출범 초기 협치의 틀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야권으로부터 협력적 자세를 끌어낸 것은 앞으로 국회와의 원활한 관계를 만들고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rh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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