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대통령 참여'가 지난정부 협의체와 차별점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으로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19일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에 사실상 합의하면서 조만간 국회 차원의 실무 협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여야정 협의체의 첫 고리는 각 당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대선 공통공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통공약 가운데서도 협의체에서 다룰 우선순위를 추리는 과정에 이견이 나올 수 있고, 정책도 각론에서 각 당의 입장차가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여야가 협의체를 매개로 얼마나 효과적인 조율을 이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선출 직후부터 협의체 구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6일 "여당과 야당이 국민의 민심을 아주 민감하게 느낀다. 정부가 이를 활용하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협의체 제안에 5당 원내대표는 대체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협의체에는 각당 원내대표는 물론 정책위의장까지 포함되고, 필요할 경우 문 대통령 본인이 직접 참여하거나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등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정례적으로 개최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계획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권한대행은 "협의체를 통해 국민에 희망을 주겠다고 문 대통령께서 언급하셨다. (각당 대표들이) 협의체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권한대행 역시 "여소야대와 국회선진화법 체계 하에서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은 협치밖에 없다. 옳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첫 반응은 좋지만, 협의체가 순항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 당시 여소야대 국면과 탄핵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으로 3당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여야정 협의체가 수차례 가동된 바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전례가 있는 터다.
다만 이번에는 새 정부 출범 직후 여야가 공히 국정운영을 위한 협치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데다, 협의체에 각당 원내대표는 물론 대통령 본인까지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정부와 달리 이번에는 협의체 운영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고, 5당 원내대표가 모두 합의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통분모를 잘 뽑아내는 과정만 있다면 이번 협의체가 더 잘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도 '공통공약'을 시작으로 협의체 운영에 탄력을 붙이자는 제안이 나왔다.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공약으로 내걸 정도로 공감대가 형성된 정책 과제에서부터 협치의 실마리를 풀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협의체 제안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대선 공통공약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고, 이에 문 대통령이 "좋은 생각이다. 협치의 시작을 공통공약부터 하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고 우 원내대표는 설명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외교안보, 민생경제 등 분야별로 논의하는 게 좋겠다,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가 5년간 해야 할 국정 현안에 대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과 로드맵을 합의해내면 좋겠다고 문 대통령에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각 부처 업무보고를 받을 때 공통공약을 파악하도록 지시했다. 국정기획위가 여야에 미리 통보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고 김 원내대표는 전했다.
협치를 위한 또다른 방안으로 정무장관 설치 방안도 거론됐다.
주 권한대행은 문 대통령에게 자신이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던 '정무장관직 부활' 필요성에 대해서도 건의했고, 문 대통령은 "정무수석의 활동을 봐가면서 필요하다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국회는 협의체 구성운영 제안에 대한 실무 협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 교섭단체 4당 원내대표는 오는 22일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회동에서 협의체 상설화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향후 각당별 논의를 거쳐 원내대표단과 정책위의장이 함께 참여하는 여야간 회의를 통해 협의체 구성안을 도출해낼 전망이다.
여당은 이날 논의 결과에 일단 만족하는 분위기다.
우 원내대표는 회동 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여당 원내대표로서 협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어깨가 무거웠는데, 발걸음이 가벼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간 공통공약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정부가 정책과제에 대해 국회 협조를 구하는 과정 등에서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를 얼마나 잘 조율해낼지가 협의체 운영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권한대행은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꼽는 '일자리 추경'에 대해 "공공일자리에 한정해서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경제활성화 측면에서 추경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이번 회동을 계기로 청와대와 여야 간 간극을 해소하고 진정한 협력적 관계로 진전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협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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