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팬들 K팝 아이돌에 열광…기업 50곳 참가한 제품 홍보 자리도 마련
(지바시<일본 지바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20일 저녁 일본 도쿄 인근 지바(千葉)시 마쿠하리멧세의 콘서트장. 1만여 명이 모인 이곳에서는 "멧차멧차 갓코이이"(상당히 멋있다) "야바이"(대단하다), "스고이"(훌륭하다), "가와이"(귀엽다) 같은 일본어 형용사가 감탄사처럼 흘러 나오고 있었다.
이곳은 바로 CJ E&M이 주최하는 '케이콘(KCON) 2017 재팬'의 콘서트 현장이다.
한류 팬들은 있는 힘껏 좋아하는 K팝 스타들의 이름을 외치고 춤을 따라하며 K팝 스타에 대한 애정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었다.
콘서트장에 모인 팬들은 10대 중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직장인에서 중장년층까지 다양했다.
이날 출연한 아티스트는 에이핑크, 베이빌론, 타이거JK, 윤미래, 씨앤블루, 갓세븐, CLC, 헤이즈, 러블리즈, 몬스타엑스, 베빌리온, 지브라 등.
감탄사가 일본어라는 점을 빼면 야광봉을 흔들며 한국어 노래를 따라 하다가 좋아하는 스타를 향해 손가락 하트를 날리는 관객들의 모습은 여느 한국의 콘서트장과 다를 게 없는 풍경이었다.
CJ E&M이 2012년부터 미국과 유럽, 아시아, 남미를 돌며 개최 중인 케이콘은 매년 개최국과 참가 아티스트수를 늘려나가면서 한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2015년부터 3년째 열리고 있는 일본 행사만 해도 개최 일수는 1일에서 2일, 그리고 다시 올해 3일간으로 늘었고, 무대에 선 아티스트는 14팀, 17팀, 그리고 올해 27팀으로 증가했다.
올해 행사의 특징은 이전 행사가 K팝 등 특정 장르에 집중됐던 것과 달리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종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작은 얼굴 만들기' 메이크업 쇼, 일본 개그맨들이 말하는 한류 토크쇼, 전통 의상 패션쇼가 마련됐고, 한국 전통 악기 소해금 연주, 한국 전통 장신구인 '배씨댕기' 만들기 등을 경험할 수 있는 자리도 차려졌다. 행사장 옆에서는 스타들의 춤을 따라하는 '커버댄스' 경연이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한국 음식을 맛보고 메이크업을 배우면서, 또 K팝 공연에서 함께 춤추고 노래하면서 한국 문화를 만끽할 수 있었다.
중소기업청, 코트라(KOTRA),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강원도, 경기도 등 정부기관과 지자체도 참여해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고 평창 동계올림픽을 홍보했으며 액세서리, 가방, 화장품, 의류, 생활용품, 문화콘텐츠 등을 만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50곳은 일본 고객들을 만나고 바이어들과 수출상담을 했다.
사흘간의 콘서트와 컨벤션 전시를 포함해 올해 행사의 참가자는 4만8천500명으로 예상된다.
케이콘을 총괄한 CJ E&M 신형관 음악콘텐츠부문장은 "한류는 음악, 드라마를 넘어 한국 음식, 한글 등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며 "케이콘을 지속해서 개최해 한국 문화가 세계 주류 문화로 도약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이후 박근혜 정권에서의 정부간 교류 감소, 위안부 한일합의를 둘러싼 논란 등으로 한일 관계가 수년째 악화된 가운데 열렸다.
한일 관계가 긴 시간 냉각되는 중에도 이처럼 많은 일본인들이 한류 콘서트에서 즐기는 것은 그간 민간 차원의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행사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K팝 스타들에 대한 열광과 냉각된 한일 관계는 별개라고 말했다.
한일 관계의 냉각이 K팝 스타들에 대한 '팬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지만, 반대로 한류에 대한 열광이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한일간의 민감한 이슈에 대한 판단에 어떤 방향으로든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몬스타엑스의 팬이라는 40대 여성팬은 자신들이 응원하는 멤버들의 이름을 나열하며 "멋있다", "춤을 정말 잘 춘다"고 흥분하며 말하다가 한일 양국간 갈등으로 화제가 옮겨지자 "역사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에 대해 비판하긴 하지만 그것과 K팝 공연은 별개"라고 말하며 얼굴에 웃음기를 뺐다.
"어제도 콘서트에 왔고, 내일도 다시 콘서트를 보러 올 것"이라는 20대 남성은 "남성 아이돌 그룹의 춤실력에 푹 빠졌다"고 칭찬을 했지만, "한류가 위안부 문제 같은 까다로운 현안을 푸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고 말을 건네자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말과 함께 갑자기 자리를 떴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