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1980∼1990년대 '슬롯머신 업계 대부'로 불린 정덕진(76)씨가 지난달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19일 "정씨가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지난달 사망해 같은 달 22일 발인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씨는 사망 전까지 암으로 투병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아 출신인 정씨는 1970년대 초 서울 청량리에서 전자오락실을 운영하며 재산을 모으기 시작, 이후 정·관계는 물론 서방파 두목 김태촌씨(2013년 사망) 등 조직폭력배 세력까지 등에 업고 사업을 확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80∼90년대 슬롯머신 업소 9곳을 운영하며 업계 대부로 군림했다. 1993년 슬롯머신 사건 때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정·관·법조계에 금품을 뿌린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6공 황태자'로 군림한 박철언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해 엄삼탁 병무청장, 천기호 치안감 등이 정씨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줄줄이 구속됐다.
19대 대선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당시 정씨 사건 수사검사였다.
정씨는 이후에도 원정도박 등 혐의로 여러 차례 처벌받았다.
그는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와도 우연히 얽혔다.
박 특검은 정씨가 모해위증 혐의로 고소당한 사건에서 정씨를 변호했는데, 해당 사건이 무혐의 처분되자 고소인 이모(65)씨가 앙심을 품고 박 특검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씨는 항소심까지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정씨는 작년에도 부동산 매매 문제로 갈등을 빚던 사람들을 공기총으로 협박한 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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