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이중나선 구조 규명한 노벨상 수상자…문제 발언 후 생활고 시달리기도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일리노이대학이 "생존 과학자 중 가장 큰 별"로 평가받는 노벨상 수상자 제임스 왓슨(89)의 초청 강연 계획을 돌연 취소해 논란이 일었다.
19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과 일리노이 지역 신문 뉴스-가제트 등에 따르면 왓슨은 다음 달 일리노이대학의 칼 R. 위스 게놈 생물학 연구소에서 강의할 예정이었으나, 과거 인종차별적 발언이 걸림돌이 됐다.
왓슨은 위스 연구소 측에 암 연구와 관련한 특정 분야에 대해 집중적인 강의를 하겠다고 제안했고, 진 로빈슨 연구소장은 이를 수용했지만, 일부 교수진이 반발하자 초청 계획을 곧 철회했다.
로빈슨 소장은 "교수진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왓슨의 과거 발언을 용서한다는 뜻은 아니며 신중한 검토 끝에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으나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아 결국 강의를 취소하는 게 옳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시카고 남부에서 태어나 시카고대학을 졸업하고 인디애나대학에서 동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왓슨은 프랜시스 크릭(1916~2004)과 함께 DNA(디옥시리보핵산) 이중 나선 구조를 규명, 유전자 연구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공로로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시카고 트리뷴 사설을 통해 "일리노이 주 간판 주립대가 찰스 다윈·그레고어 멘델에 필적할 왓슨으로부터 유전학에 대한 최신 견해를 들을 귀한 기회를 날렸다"며 "로빈슨 연구소장이 지나치게 성급한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트리뷴은 "왓슨은 연구실 밖에서는 그리 감탄할만한 인물이 아니며, 공격적이거나 성차별적·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전문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강의를 하겠다는 '과학계 전설'의 제안을 과거 발언을 이유로 거절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고 유전자 분야를 연구하는 학생과 교수진에 엄청난 손실"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대학 측이 차라리 왓슨과 대화의 장을 마련, 당시 발언의 배경을 자세히 묻고 이후 새로운 교훈을 얻었는지, 관점이 바뀌었는지 등에 대한 답을 듣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았겠나"라며 "대학 측이 의미 있는 실험을 거부했기 때문에 그가 지금 어떤 대답을 할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왓슨은 2007년 인터뷰에서 "아프리카의 전망에 대해 회의적이다. 서구 사회의 아프리카 정책은 흑인과 백인이 동등한 지적 능력을 갖췄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지만 모든 테스트 결과 사실이 아니다"라며 "모든 사람의 능력이 같기를 바라지만, 흑인 직원을 다뤄본 사람들은 그게 진실이 아니란 걸 안다"고 말해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인터뷰 공개 직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생물학자'에서 인종차별주의자로 추락한 왓슨은 강연과 출판 기념회가 줄줄이 취소되고, 40년간 근무한 미국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에서도 강제 퇴출당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 그는 뒤늦게 사과하고 해명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왓슨은 2014년, 살아있는 노벨상 수상자로서는 처음으로 노벨상 메달을 경매 시장에 내놓았으며, 영국 축구클럽 아스날의 최대 주주인 러시아 부호 알리셰르 우스마노프가 이를 475만 달러에 낙찰받아 되돌려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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