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 하도급거래 부당 단가결정 애로조사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선박부품 제조업체 A사는 단가협상을 할 때면 대기업 구매담당자로부터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제시받고, 사정 반 협박 반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강요받는다.
다른 계약조건에 대해서도 이래라저래라 할 수가 없어 결국은 해달라는 대로 해준다.
의류 잡화 부자재 제조업체 B사는 대기업으로부터 단가 인하를 위해 연 매출에 육박하는 고가의 장비를 사도록 지시를 받았다.
자금 지원은 없다.
장비가 좋아지면서 생산비는 절감되지만 이에 따른 이익은 대기업의 몫이다.
아울러 B사가 견적서를 작성해 대기업에 제출하는 게 아니라 대기업이 견적서를 작성, B사에 전달하는 방식이 오래전부터 유지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3~4월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제조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하도급거래 부당 단가결정 애로조사'를 한 결과 납품단가 협상이 여전히 대기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부당한 납품단가 결정을 경험한 적 있다고 응답한 업체는 14.3%였다.
매출액별로는 '1억∼5억원 미만'(33.3%)의 기업이, 업종별로는 '조선'(19.3%)이 부당한 납품단가 결정을 가장 많이 경험했다.
부당 납품단가 결정 이유는 '거래처의 가격경쟁에 따른 원가 인하 전가'가 58.1%로 가장 많았다.
'경기불황'(14.0%), '업계관행'(11.6%),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원가 인하'(9.3%) 등이 뒤따랐다.
부당 단가결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업체 중 34.9%는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단가를 결정한 후 합의를 강요했다고 응답했다.
지속적인 거래관계 보장을 전제로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결정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23.3%였다.
협력업체들은 부당한 단가결정에도 별다른 대책 없이 수용(62.8%)하는 경우가 많아 대기업의 가격경쟁에 따른 부담이 고스란히 협력업체로 전가돼 수익성이 악화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조공정 개선을 통해 부당 단가결정에 대응하는 업체는 9.3%로 많지 않았다.
제조원가를 구성하는 요소 중 인상요인이 있음에도 납품단가에 가장 반영이 되지 않는 항목은 노무비(47.9%)이고, 그 다음은 재료비(38.7%)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결정하는 행위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업체가 바라는 정책 방향은 자율적인 상생협약 유도(45.3%), 판로 다변화(19.0%), 모범 하도급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19.0%) 등이었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납품단가 협상이 많이 이루어지는 연말·연초에 공정한 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며 "대기업은 일방적으로 단가를 인하하기보다 공정한 방법을 통해 협력업체와 함께 생산성을 올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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