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5대 경제대국 안보, 여성 손에 맡겨졌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새 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에 실비 굴라르를 임명하면서 유럽 주요 5개국의 안보가 여성들의 손에 맡겨지게 됐다.
21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을 제외한 유럽연합(EU) 5대 경제대국인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모두 여성이 국방부 장관을 맡고 있다.
이번에 임명된 굴라르 외에 독일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네덜란드는 제닌 헤니스플라스하르트, 이탈리아는 로베르타 피노티, 스페인은 마리아 돌로레스 데 코스페달 등 5개국은 여성이 국방장관에 임명됐다.
1990년 핀란드 엘리자베스 렌의 임명으로 유럽 최초의 여성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 이래 EU 18개국에서 여성 국방부 장관을 잇따라 배출했다. 스웨덴은 세차례, 노르웨이는 다섯차례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군을 직접 경험한 이는 많지 않다. 현직 장관 중 폰데어라이엔은 의사 출신이며, 굴라드와 헤니스플라스하르트는 유럽의회 의원을 지낸 정치인이다. 코스페달은 외교관, 피노티는 교사 출신이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연구원 알렉산드라 애슈본-웜슬리는 전통적으로 남성이 장악한 분야에서 여성 입지의 확대는 여성들의 '멀티태스킹'(multi-tasking)능력과 빠른 판단력, 결단력 덕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방은 복잡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일"이라면서 "사이버전쟁 등 전통적이지 않은 방식의 전투 등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또 합의점을 찾고 협력관계를 만들어야 하는 일도 잦다"고 설명했다.
여성 국방장관의 증가에 학계도 주목하고 있다.
2015년 미국 연구자들은 여성 국방부 장관을 임명한 세계 40개국의 사례를 연구해서 한 국가의 남녀평등 수준이 해당 국가의 여성 국방부 장관 임명 가능성을 예측하는 변수가 된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 연구에서는 군사독재 국가나 국방 예산이 대규모인 국가는 상대적으로 여성 국방부 장관을 임명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국방비 지출이 큰 것은 정치풍토가 '여성 배제'라는 규범을 바꾸기 쉽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k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