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지서 태어난 두꺼비 먹이 풍부한 서식지 회귀 못하고 발묶여
올 강수량 평년 56%, 습기 없어 이동 못해…"이동통로 설치 필요"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5월은 두꺼비들에게 대이동의 계절이다.
산에서 서식하는 두꺼비들은 2월 말에서 3월초 연못이나 습지로 내려와 물에서 산란한다.
알에서 태어난 올챙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5월께 새끼 두꺼비가 된다.
새끼 두꺼비들은 적절한 시기에 본래 서식지인 산으로 집단 이동을 준비한다.
이 두꺼비들의 '대이동'에 필수 조건이 있다. 바로 물이다.
두꺼비, 개구리 등 양서류는 피부를 통해 숨을 쉬기 때문에 표면을 촉촉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만일 직사광선을 오래 쬐거나 건조한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피부가 말라 죽고 만다.
햇볕이 뜨겁고 건조한 날에는 폭 20m 도로를 건너다가 말라 죽는 양서류가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두꺼비 새끼들은 비가 충분히 내리고 해가 진 저녁 시간대에 이동한다.
하지만 올봄 비가 적게 내린 데다 고온 현상까지 겹쳐 두꺼비들이 본래 서식지인 산으로 이동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월 1일부터 지난 18일까지 누적 강수량은 약 111㎜로 평년(201.8㎜)의 56% 수준이다.
이달 18일까지 강수량은 21.9㎜로 평년(67.6㎜)의 32.8%에 머물고 있다. 두꺼비 이동 시기인 5월 들어서는 비다운 비가 좀처럼 내리지 않은 셈이다.
김길우 사단법인 두꺼비친구들 간사는 "비가 오지 않으면 두꺼비 새끼들이 연못 주변 풀숲에 숨어서 지낸다"면서 "산속으로 이동하지 못하면 새끼들이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간사는 충북 청주시 오송읍 연제리 습지, 상당구 용암동 낙가동 소류지 등지에서 어린 두꺼비들이 산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꺼비는 한반도 전역에 고루 서식하고 있지만,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포획이 금지된 야생생물이다.
국립생태원 장민호 박사는 "어린 두꺼비에게는 먹을 것이 많은 산에서 왕성한 먹이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연못에 계속 머물게 되면 성장하는 데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꺼비가 산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주거나 인위적으로 새끼를 옮겨줘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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