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공조-역사' 분리 기조 속 합의 보완 방안 찾을지가 관건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대일 특사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재협상이라기보다는 미래지향적으로 슬기롭게 극복하자는데 의견의 합의를 봤다"고 밝힘에 따라 양국이 이 문제를 원만하게 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의원의 말은 결국 합의를 그대로 두는 것도 아닌, 파기 또는 재협상도 아닌, 이른바 제3의 길을 모색한다는데 한일간에 모호하나마 공감대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정부 당국자는 20일 "아직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위안부 합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나온 것도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일본 총리, 외무상 등 3박4일간 일본 정계 요인들을 두루 만난 문 특사의 발언인 만큼 단순한 사견으로 치부하긴 어려워 보인다.
문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 위안부 합의 재협상론자였지만 재협상을 일본이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상황과 일방 파기 시 초래될 수 있는 한일관계의 파국, 국제 사회에서의 신뢰 저하 등을 집권 후에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제3의 길'은 결국 합의는 그대로 두되, 한국내 합의 반대 여론을 감안한 후속 조치를 통해 합의를 보완하는 한편, 일본이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 서울 일본 대사관과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의 이전 문제를 원만하게 처리하는 일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일본이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보여준 태도를 바꿔야 가능한 일이라고 한국 측에서는 보고 있다. 아베 정권은 위안부 합의 직후부터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합의에 명시된 '소녀상 문제 해결 노력' 문구를 근거로 한국 정부에 소녀상 이전을 집중적으로 요구해왔다.
또 아베 총리는 작년 10월 국회에서 위안부 합의에 명시된 사죄 메시지를 편지에 써서 피해자들에게 전달할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다"고 말하고, 작년 12월말 부산 일본 총영사관앞 소녀상 설치에 대해 주한대사 본국 소환(85일만에 복귀)이라는 강경 조치를 취했다.
그랬던 일본이 갑자기 위안부 합의에 대한 한국내 여론을 감안해 보완 조치를 취하려 할지는 장담키 어려워 보인다.
더불어 일본이 집요하게 요구해온 일본공관 앞 소녀상 철거 역시 위안부 합의에 대한 한국내 여론이 급격히 호전되지 않는 한, 새 정부가 당장 추진하는 데는 상당한 부담이 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가 위안부 합의에서 자유로운 문재인 정권으로 교체된 것은 그 자체로 한일 합의에 대한 한국내 부정적 여론을 일부나마 완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가 대일 특사 출국일이었던 지난 17일 부산 '평화의 소녀상'을 지자체 차원에서 보호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담은 '부산소녀상 조례' 상정을 보류한 것도 정권 교체라는 변수와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이전 정부 때였다면 대일 저자세 논란이 거세게 일 수 있는 일이었지만 반발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이 북핵 공조 등 한일간 협력이 필요한 사안과 위안부 등 역사 문제는 분리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밝힌 만큼 양국 관계 정상화의 흐름 속에서 위안부 합의의 보완 방법을 논의해 나간다면 향후 문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한일정상회담 등 계기에 위안부 합의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관측도 외교가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렇더라도 낙관은 금물로 보인다. 역대 정권에서 한국의 대일외교 기조, 일본의 대 한국 외교 기조는 쉽게 정치 상황의 바람을 타는 측면이 있었다는 점에서 향후 양국민의 감정을 악화시킬 돌발적인 일들이 발생할 경우 위안부 합의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에 신중한 대일 접근을 주문했다.
조세영 동서대 교수는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국내적 의견 수렴과 공감대 형성 작업이 먼저"라면서 "새 정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의견을 폭넓게 들은 뒤 일본 정부와 대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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