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전쟁 참전 리 장군 동상 찬반 논란 속 끌어내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세워진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 기념물 중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로버트 E.리 장군 동상이 지난 19일 저녁(이하 현지시간) 철거됐다.
미 CNN방송 등은 많은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리 장군 동상이 크레인에 의해 끌어내려 오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들렸다고 전했다. '굿바이'를 외치는 시민도 목격됐다.
반면 철거 현장 한쪽에선 성조기를 든 철거 반대론자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삼엄한 경계를 폈으나 기념물 철거 찬성-반대 시위대 사이에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남부연합 기념물은 남북전쟁의 원인인 노예제와 불평등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인식되면서 그동안 꾸준히 철거 논의가 진행돼 왔다.
미치 랜드류 뉴올리언스 시장은 "사라지는 역사 기념물은 노예제를 반영하는 것이며, 우리 시의 진정한 가치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랜드류 시장은 인구의 60%가 흑인인 뉴올리언스에서 1978년 이후 처음 선출된 백인 시장이다.
1884년 건립돼 133년간 뉴올리언스의 교통 허브인 로버트 리 서클 주변에 서 있던 리 장군의 동상은 철거된 뒤 당분간 보관하다가 마땅한 다른 장소를 찾으면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리 장군은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을 이끈 인물이다.
이로써 뉴올리언스에 있는 남부연합군 기념물 4개가 모두 철거됐다.
앞서 지난달 24일 '자유지 전투(Battle of Liberty Place)' 기념비가 가장 먼저 철거됐고 이어 이달 11일에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 대통령을 지낸 제퍼슨 데이비스 동상을 끌어내렸다.
지난 17일에는 남부연합 장군 피에르 귀스타브 투탕 보르가르 동상을 철거했다.
앞선 3개 기념물은 모두 자정이나 이른 새벽에 철거됐으나 마지막 남은 리 장군 동상은 저녁 시간대에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철거 작업이 이뤄졌다.
뉴올리언스 시는 2015년부터 남부연합 기념물 철거 계획을 세웠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흑인교회에서 일어난 백인 청년 딜런 루프의 총기난사 사건이 기폭제가 돼 남부연합기 폐지 법안이 제출되고 기념물 폐지 논의가 본격화했다.
반면 남부연합의 역사 유산을 보존해야 한다는 강경파들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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