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에 프랑키 소장, 부산 '제7회 국제어린이마라톤' 참가
(부산=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한국인은 타인을 도우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라오스에서 한국인 동료나 관광객을 자주 만나거든요. 불과 수십 년 전에 6.25 전쟁과 가난을 겪었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죠. 그래서인지 빈곤국 주민들에게 온정을 베풀려는 마음이 큰 거 같아요."
국제구호개발 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라오스 사무소장인 올리비에 프랑키(41)는 2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인과 한국 정부의 도움 덕택에 라오스에서도 수많은 어린이와 산모가 새 생명을 찾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프랑키 사무소장은 이날 세이브더칠드런·연합뉴스 공동 주최로 부산 시민공원에서 열린 기부 행사인 '제7회 국제어린이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결승선을 밟았다.
이날 대회에는 2천여 명이 참가해 빈곤국 어린이를 기아와 질병에서 구한다는 취지 아래 4.2195㎞를 달렸다. 이들이 낸 참가비는 전액 라오스와 우간다에 기부된다.
15년 넘게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국제구호개발 활동을 펼쳐온 프랑키 소장은 "라오스에서는 만 5살을 채우지 못하고 숨지는 어린이가 100명 중 8명에 달해 아프리카 극빈국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세계 각국은 지구촌 어린이를 기아와 질병에서 구하는 일에 도덕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프랑키 사무소장과의 일문일답.
-- 라오스 어린이가 처한 어려움 중 가장 심각한 것은 무엇인가.
▲ 흔히 아프리카 문제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꼽히지만 알고 보면 전 세계 최빈곤층 어린이의 40%는 아시아에 쏠려 있다. 대략 1억3천500만 명에 달하는데도 그만큼 주목받지는 못하는 게 현실이다.
라오스에서는 특히 시골일수록 상황이 심각하다. 북부 지역에선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 비율이 45∼50%에 달할 정도다.
사망 원인은 주로 폐렴, 설사병, 말라리아, 영양실조, 출산 전후 사망 등이다. 쉽게 예방 가능한 문제인데도 보건, 의료가 미비한 탓에 어린이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다.
-- 다른 나라의 원조를 받는 게 라오스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나.
▲ 5년 전과 비교하면 라오스의 기반 시설이 대폭 확충됐다. 도로 사정이 개선되고, 교육·보건 수준도 높아졌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라오스에서 산모·아기 보건센터 확충, 지역별 보건 요원 양성, 마을 내 조산사 교육, 초등생 문맹률 해소, 중학생 중퇴율 감소 등에 힘쓰고 있다.
--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 라오스에서는 보건소가 보통 1시간, 멀게는 5시간을 가야 있다. 2015년께 북부 한 마을에서 산모가 보건소에 가지 못한 채 집에서 아기를 출산했는데 목에 탯줄이 감긴 상태로 질식 직전에 태어났다.
그때 세이브더칠드런에서 마을 보건 요원으로 훈련받았던 여성이 곧장 산모를 찾아가 탯줄을 자르는 등 응급조치를 했다. 평소에 뿌려둔 씨앗 덕택에 생명을 구한 것이다.
-- 마라톤 참가비가 라오스에 기부되면 어디에 쓰이는지.
▲ 기초 보건 사업을 강화하고 보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주로 쓰일 예정이다. 특히 영양실조를 해소하는 일이 시급하다.
라오스에는 농업 종사자가 많아 산모도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하러 나가곤 한다. 이 때문에 아기에게 모유 수유나 이유식을 먹이는 게 쉽지 않다. 영유아기 영양 섭취는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만큼 대응책을 강화하겠다.
-- 원조와 기부가 많아져도 가난한 나라는 여전히 가난하다. 그럼에도 기부를 해야 하나.
▲ 아동을 구하는 건 우리 미래를 구하는 일이다. 자본, 기술, 지식이 넘쳐나는 풍요로운 시대에 영양실조, 말라리아, 설사병 같이 예방 가능한 일로 목숨을 잃는다니…. 각국은 도덕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
특히 국가 간 교류가 많아지고 지구촌이 하나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웃 나라의 불안정은 우리 나라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지구촌의 빈부 격차를 해소하는 건 잠재적으로 난민 이주, 지역 분쟁 등을 줄여 사회경제적 비용을 낮출 것이다.
-- 한국의 마라톤 참가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 라오스 어린이를 대신해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라오스에서 한국인 동료나 관광객을 자주 만나는데, 한국이 과거 6·25전쟁과 가난을 극복한 얘기를 자주 한다. 불과 몇십 년 전 겪은 일 아닌가.
그래서인지 한국인은 타인을 도우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국 정부도 국제협력단(코이카) 등을 통해 라오스에 꾸준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러한 도움에 힘입어 기부자와 수혜자가 함께 행복해지는 변화를 이루고 싶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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