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이어 일반아파트도 강세…서울 주간 상승폭 7개월 만에 최고
신규 분양시장도 '후끈'…새 정부 대출 등 '규제 카드' 변수될 듯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박인영 기자 = 지난 9일 대통령 선거 이후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과 일부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대선 이후 불확실성이 제기되며 오히려 가파른 상승세를 띠고 있다. 대선 이후 본격적으로 불붙은 분양시장에도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자들로 북적인다.
진보정권이 들어서면서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시장이 침체할 것이라는 일부 우려와 달리 강력한 추가 규제는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며 매수에 나서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선 이후 불확실성이 걷혀서인지 당초 우려와 달리 기대 이상으로 분위기가 좋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새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되는 부동산 정책 변화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 서울 아파트값 7개월 만에 최대 상승…신도시 안정세 속 거래 꾸준
대선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연일 상승세다. 2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5월 들어 대선 직후까지 2주간 0.15% 상승한 데 이어 지난주는 이보다 0.09%포인트 높은 0.24% 상승했다.
이는 11·3부동산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10월 21일(0.24%) 이후 주간 상승률로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일단 강남권의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한 재건축 단지들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관리처분인가를 마치고 7월 이주를 앞둔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는 대선 이후 호가가 4천만∼5천만원 이상 올랐지만 매물이 없어 못 팔 정도다.
둔촌주공 4단지 76㎡는 지난달 말 8억1천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주 8억4천500만원에 팔렸다.
둔촌동 SK선경공인 박노장 대표는 "재건축은 자체 호재가 있어 매물을 찾는 손님은 많은데 물건이 없어서 거래가 잘 안된다"며 "집을 팔겠다고 결심한 집주인도 매수자가 연결되면 하루 만에 1천만원이나 가격을 올리거나 매물을 회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도 대선 이후 2천만∼3천만원이 더 오른 상태로 매물이 부족하다.
이 아파트 36㎡는 이달 초 9억5천만원 선이었으나 현재 9억7천만원으로 2천만원 상승했고 42㎡는 대선 전보다 2천만∼3천만원 오른 11억1천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남도공인 이창훈 대표는 "관리처분인가를 앞두고 추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고 주변에 일반 아파트값이 많이 올라 재건축 아파트를 팔아도 마땅히 살 만한 곳이 없다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인다"며 "가격이 쉽게 내려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송파구에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어려워진 잠실 주공5단지가 주춤한 사이 지난 16일 건축심의를 통과한 진주, 미성·크로바 아파트의 매물이 회수되고 호가도 오름세다.
대선 이후 일반 아파트에도 수요자들이 꾸준히 몰린다.
마포구 아현동 H공인 대표는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가 지난달 초에 비해 4천만∼5천만원 올라 초강세를 보이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였다"며 "전세를 끼고 '갭투자'를 하려는 투자자들도 꽤 많은데 마땅히 권할 물건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종로구는 경희궁자이 등 새 아파트 입주, 성동구 성수동은 성수전략정비구역과 왕십리 일대 재개발 등 추진 등으로 강세다. 노원구 상계동도 상계주공 8단지 이주 수요가 움직이면서 인근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수도권 신도시는 대체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분당, 판교, 위례 등 일부 지역은 최근 저가 매물이 팔리며 호가가 올랐다.
분당 서현동과 판교 백현동 일대는 지난달보다 호가가 1천만원 정도 오르면서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분당 서현동 E공인 대표는 "올해 하반기 이후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관망하던 사람들이 대선을 전후해서도 가격이 내려가지 않자 매수세로 돌아선 모습"이라고 말했다.
◇ 대선 이후 첫 분양시장에도 "내집마련 하자" 예비청약자 몰려
대선 이후 건설사들이 미뤄뒀던 아파트 분양을 재개하면서 분양시장도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9개, 이번 주 15개 단지의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문을 여는 등 이달에만 총 3만1천여가구의 새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다.
분위기도 좋다. 지난 19일 오픈한 모델하우스에는 새 아파트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자들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GS건설이 경기도 김포시 걸포3지구에 짓는 '한강메트로자이'(4천229가구)는 19일 견본주택 개관 이후 주말 사흘간 6만5천여명의 방문객이 몰리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아파트 분양을 맡은 내외주건 김신조 대표는 "걸포3지구는 한강신도시보다 서울과의 접근성이 놓고 반경 2km 내에 새 아파트 입주도 많지 않았다"며 "김포시 수요자들은 물론 고양·서울 강서 등 인근 지역에서 실제 내집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SK건설이 서울 영등포구 신길5구역을 재개발해 선보일 '보라매 SK뷰' 견본주택에도 평일인 19일 하루 1만명의 예비 청약자들이 몰려드는 등 관심을 보였다.
다음 달에는 무려 7만3천여가구의 분양이 예정돼 있어 전국에서 그야말로 '청약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부동산114 이미윤 리서치센터 과장은 "청약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한 가운데서도 돈이 될 만한 단지에는 여전히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다"며 "이달부터 6월까지 무려 10만4천여 가구가 분양되는데 이번 주 아파트 청약 결과가 상반기 청약시장 분위기를 가르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대출 등 새 정부 정책 두고 봐야" 신중론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달까지 시장 안정을 중시하는 진보정권이 들어서면서 부동산 시장이 한동안 심리적으로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을 많이 내놨다. 가격이 당장 떨어지진 않더라도 오르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대선 이후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띠자 탄핵 정국과 대선 등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일단 시장을 지켜보던 매수자들이 유입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양지공인 이덕원 대표는 "진보정권이 들어서면서 부동산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우려했지만 참여정부 때와 최근 주택시장의 분위기는 다른 만큼 과도한 규제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는 것 같다"며 "대선 이후 의외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대선 공약에 일단 보유세 인상 등 대형 악재가 빠져 있고 미국발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정권 초 경제 살리기를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 몫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글로벌 경제위기 등 특별한 외부 충격이나 정부의 정책 변화가 없는 한 당분간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본다.
국민은행 박합수 도곡스타PB센터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은 계속해서 노후 주거지 개선을 위한 재건축·재개발이 이뤄지는데 2020년까지는 입주물량이 부족하고 미분양도 200가구 수준으로 거의 없다"며 "주택 수급면에서 당분간은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 정부가 구상 중인 대출 규제 카드는 부동산 시장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강화하고 가계대출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총량관리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심리적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참여정부 당시 국정과제비서관으로서 '8·31 부동산 대책' 수립을 주도한 김수현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가 현 정부의 주택정책을 주도할 청와대 사회수석에 복귀하면서 집값이 계속 상승할 경우 보유세 강화 등 강력한 규제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여전하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향배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일부 지방은 대선 이후 가격 하락 폭이 커지는 등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에덴공인 김치순 대표는 "선거 직후까지도 거래가 잘돼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지난주 대출 규제와 보유세 인상 가능성이 언급된 이후 매수 문의가 다소 줄어든 측면이 있다"며 "과거 부동산 규제가 나오면 시장이 얼어붙었듯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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