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계기 사직한 선장의 비판 편지 공개돼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폴라리스쉬핑은 거대한 몸통에 테니스공만 한 뇌를 가진 공룡이다.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한 공룡처럼 폴라리스는 몸집을 불리는 데 급급해 내실을 다지지 못하고 리스크관리에도 아주 취약하다."
지난 3월 31일 남대서양에서 침몰해 22명이 실종상태인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 '폴라리스 쉬핑' 소속 한 선장이 최근 사직하면서 회사에 남긴 편지글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편지에는 경영진의 자성을 촉구하는 장문의 글이 담겨 있다.
이 선장은 "동료 선원의 실종과 가족이 처한 슬픔에 한없이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이번 사고를 보면서 지금 맡은 배를 마지막으로 폴라리스를 그만두며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심정으로 몇 가지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진에게 "선원들을 폴라리스의 가족이라고, 한 번이라도 이 회사의 구성원으로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며 "선원을 일회용 나무젓가락 같은, 쓰고 버리는 존재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특히 선장은 "이번 침몰사고 역시 회사의 초기 대응이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른 상태"라며 "폴라리스는 외형 성장과 영업 이익에 급급해 체계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데 취약해 경영진이 이를 개선할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장은 "그동안 신년이나 창립기념일 때 선원에 대한 감사 말이나 당부 메시지 한 마디 없고, 회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선원 복지는 전무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선장은 "사고 발생 보름이 지난 4월 14일에서야 회사로부터 사고 소식을 처음 들었다"며 "경영진이 발등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얄팍한 속임수를 쓰지 말고, 사고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힘을 쏟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선장의 사직 외에도 최근 부산 해사본부 소속 한 과장이 회사를 그만뒀다.
이에 경영진은 계약직인 해상 직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임금을 일부 인상하는 긴급 조처를 했다.
사고 50일이 넘도록 실종 선원이 발견되지 않자 폴라리스쉬핑은 지난 10일 이후 선박을 직접 투입하는 현장수색 대신 주변 해역을 통과하는 선박이 실종자를 찾는 통항 수색체제로 변경했다.
실종 선원 가족들은 "고도의 생존 훈련을 받은 선원들의 생존 가능성이 여전한 상태에서 이대로 수색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며 노숙 농성을 하며 선사와 정부에 수색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이후 불과 50일 사이에 폴라리스쉬핑 소속 선박 3척이 추가로 선체 균열 등의 문제가 발생해 운항을 중단한 채 수리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
선사는 선박 안전 문제가 외부로 노출되자 선장과 기관장을 제외한 모든 해상 선원의 와이파이(WIFI) 접속을 차단했다.
이에 대해 폴라리스쉬핑 관계자는 "보통 회사를 사직할 때 그동안의 소회를 남길 수 있다"며 "해당 선장의 편지내용을 분석해 선사가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조처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내부 자료가 외부로 계속 유출돼 불필요한 논란을 막기 위해서 해상 선원의 와이파이 접근을 일시적으로 제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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