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경제·외교라인 왜 먼저 인선했나…'민생·안보' 우선

입력 2017-05-21 14:39   수정 2017-05-21 17:13

文대통령, 경제·외교라인 왜 먼저 인선했나…'민생·안보' 우선

'경제활력·북핵해결' 시급에 유일호 제청…"이른시일내 위기 극복"

靑안보실장 외교관 출신 '軍배제'…첫 여성 외교장관 '유리천장 깨기'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경제부총리와 외교부 장관을 첫 조각 대상으로 우선 내정한 것은 경제와 외교안보 현안을 새 정부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임 경제부총리에 김동연 아주대 총장, 외교부 장관에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를 각각 후보자로 지명했다.

동시에 경제부총리와 호흡을 맞출 청와대 정책실장에 장하성 고려대 교수,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도 각각 임명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는 정의용 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를, 통일외교안보 특보에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과 문정인 연세대 교수를 발탁했다.

내각 제청권자인 이낙연 초대 국무총리 내정자가 아직 국회 인준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유일호 경제부총리 제청 과정을 거친 것은 그만큼 위기에 빠진 경제와 외교 문제를 더는 묵힐 수 없다는 강한 의지의 발로다.

내각의 경제 컨트롤 타워인 경제부총리를 우선 임명해 저성장과 양극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 등 민생경제 위기를 돌파해 내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특히 경제부총리 내정과 동시에 내각과 경제 정책을 조율할 청와대 정책실장에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경제개혁을 주창해온 장 교수를 발탁한 것은 재벌 중심에서 국민 중심으로 경제정책의 전환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지난 17일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에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내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인선 발표에서 "새 정부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저성장과 양극화, 민생경제 위기 속에서 출범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와 경제 활력을 만들어내는 게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라고 말했다.

대선 당시 당선되면 집무실에 현황판을 설치해 일자리를 챙기겠다던 문 대통령은 당선 후 첫 외부 공식 일정을 통해 '비정규직 제로화'를 천명한 한편 이미 자신을 위원장으로 하는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에 이용섭 전 의원을 임명하는 등 일자리 창출과 좋은 일자리로의 전환에 강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렸던 김 신임 국민경제자문회 부의장 발탁은 경제 정책을 진보적인 관점에서만 보지 않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특히 문 대통령은 헌법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의 활성화를 강조해 '개혁적 보수'인 김 부의장의 목소리가 경제정책에 상당 부분 녹아들 것임을 시사했다.

외교장관 후보자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인선을 동시에 발표한 것은 북핵 문제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계획) 등 난마처럼 얽힌 외교안보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중이 반영된 인사라는 분석이다. 다른 장관에 앞서 외교부 장관 인선을 우선한 것은 6월 한미정상회담 준비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특히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안보실장에 군 인사를 배제하고 외교관 출신인 정 전 대사를 앉힌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에서는 외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과거 정부에서는 안보를 국방의 틀에서만 협소하게 바라본 측면이 있었지만 저는 안보와 외교는 동전의 양면으로 생각한다"며 "오늘날 안보 개념은 확장적·종합적이기 때문에 북핵 위기에서는 외교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자외교 전문가인 강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고 통일외교안보 특보에 주미대사를 역임한 홍 전 회장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외교안보 밑그림을 그렸던 문 교수를 임명한 것 역시 각 분야 전문가를 기용함으로써 외교안보 사안을 종합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과 맞닿아 있다.

특히 청와대 안보실장과 보폭을 맞출 외교부 장관에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발탁한 것은 '유리천장'을 깨뜨린 파격 인사여서 '초대내각 여성 인선 30%'를 공약했던 문 대통령의 향후 조각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내각 구성에서 성평등 관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전문가로 외교부에 특채됐던 강 후보자는 2005년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에 의해 역대 두 번째 여성국장으로 발탁됐고, 이는 비고시 출신으로는 처음이었다. 이후 주유엔대표부 공사 등을 거쳐 유엔 사무총장의 정책특보로 활동해왔다.

다만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병역면탈·부동산투기·세금탈루·위장전입·논문표절의 5대비리 행위자는 고위공직 임용에서 철저하게 배제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위장전입이 드러난 강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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