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2012년 대선·2016년 4·13 총선 때 손 내밀어
두 번 거절한 장하성, 文대통령 세번째 전화에 "감동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장하성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는 사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장 실장과 문 대통령의 관계는 악연에 가까웠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때 장하성 고려대 교수에게 경제 정책 설계를 부탁했지만, 장 교수는 이를 거절하고 오히려 문 대통령과 경쟁하던 안철수 캠프에 합류했다.
이렇게 문 대통령과 장 실장의 첫 번째 만남은 악연이 되고 말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장 교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문 대통령은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탈당으로 내홍에 휩싸인 당을 위해 구원투수역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장 실장은 이날 문 대통령의 인선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미 기사가 난 내용이니 말하자면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하셨을 때 또 제가 거절했다"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장 교수는 문 대통령의 제안을 두 번 거절한 셈이 됐고, 결국 민주당 비대위원장직은 김종인 전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추진단장에게 돌아갔다.
두 번이나 문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한 데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측 인물이라는 인식이 강한 장 교수가 신임 정책실장에 임명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줄곧 하마평에 오르던 인물이었으나 장 교수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장 실장은 이날 문 대통령의 인선 발표 이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 감동받았다"며 정책실장직을 맡기로 한 까닭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인선 발표 이틀 전인 19일 오후 직접 장 실장에게 전화해 정책실장직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대통령이 직접 전화해 공직을 맡아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인사 참모가 대통령의 뜻을 전하는 것이 관례다.
장 실장은 문 대통령이 세 번째 내민 손을 차마 뿌리칠 수 없었다.
장 실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뤄진 인사들을 보면서 저 스스로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직접 말씀하시니 더는 말씀을 드릴 수 없었다"며 "학자로서 일생을 마친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흔들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비가 제갈량을 모시기 위해 세 번 초가집을 찾았다는 뜻의 삼고초려(三顧草廬)와 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이다. 세 번 만에 문 대통령의 손을 잡은 장 실장이 '문재인의 제갈량'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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